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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정치적으로 올바른 줄타기 <원 뿔러스 원>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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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1회 작성일 24-05-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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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가리켜 '장애우'란 표현을 쓰자는 운동이 있었다. 우리와 동떨어진 다른 세계의 사람이란 인식이 강한 장애인을 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었다. 하지만 2008년 한국 장애인 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장애우란 용어는 장애인 권익 연구소에서 만든 신조어이며 우리는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유를 듣자니 이러했다. '장애인 인식에 있어 친구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로 전락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장애인들은 이런 이유 때문에 장애우란 말을 싫어한다.'


  누군가 날 동정한다고 느낄 때 느껴지는 것만큼 몸서리쳐지는 불쾌함은 없다. 이는 장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가정에 대해,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어떤 문제를 타인이 알게 됐을 때 보내는 그 눈초리와 '이해해.'라는 말 한마디는 괜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신경쓰지 않으면 또다른 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프리카 tv는 여러 유명 BJ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무의식 중에 욕을 하면서 장애인이란 말을 입에 담아본 경험이 아마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신경쓰면 반발한다, 신경쓰지 않으면 실수하게 된다. 창작물에서 장애를 다룬다는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에 대해 미국의 원주민 작가 디아 라시나는 게임 내의 캐릭터가 사용하는 '야만인들' '원시의 부족들'과 같은 단어가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과 식민주의 사상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개발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의도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무리 심사숙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불쾌해하기 마련이기에, 민감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원 뿔러스 원]은 이러한 지점에서 아주 영리한 선택을 한 작품이라 볼 수 잇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 다루고 싶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이 작품 내에 등장할 것이고,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 작가는 여기서 생각을 전환한다. 실제 장애인들이 상처받지 않을만한 가상의 장애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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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장애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엔 조심스러운 점이 많았어요. 만화 내용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거나 욕을 먹기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만약 다리가 불편한 이들을 놀리는 장면이 제 만화에 나온다면, 실제 다리가 불편한 분들은 제 웹툰을 보면서 상처를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반면에 세상에 뿔이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장애라는 소재를 풀어나가는 데 따르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었어요.

  MODUMAGAZINE 27호 네이버 웹툰 작가 청보리 인터뷰 中


  이 선택은 장애를 다루는 만화에 있어서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세상에 뿔이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만화 속 세상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뿔 두 개가 있다. 여기서 장애인은 뿔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작품 속 설정이 우리네 일상과 다르기에 여기서 공감의 단절이 일어난다. 보통 작품 속 감정 이입을 막는 이 공감 단절은, 이 작품에선 역으로 작품 속 상황을 객관적으로 와닿게 해주는 또다른 감정 이입의 기회가 된다.


  예컨데 우리는 뿔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왜 혐오스러운건지, 왜 다른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뿔 때문에 차별 받는 사람의 억울함이 다가온다.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차이 때문에 화자가 고통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유는 현실에 대입되며 효과적인 풍자가 된다. 뿔 하나 없는 사람이 불쌍한가? 답은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팔이 하나 없거나,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사람은 어떨까? 이 사람들도 결국 우리와 차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인데, 다르다고 벽을 치는 건 아닐까? 작품의 설정은 훌륭하다. 어떤 방식으로 민감한 주제를 건드려야 하는 지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만화의 완성도나 작가의 역량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중간 중간 이상한 개그를 쑤셔넣어서 감정선을 흐트러트리는 경향이 있는 데, 정말 재미가 없다. 남자 둘이 싸우는 매우 심각한 상황. 한 인물이 정상인 어쩌고 하면서 한풀이를 하자, 대립 구도에 서있는 인물이 두들겨 맞다가 정색하면서 말한다.

"저기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올바른 표현이야."

  표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저 인물에 한해선 비정상이란 표현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작품이 지나치게 이 주제에 집중하다보니 등장인물의 언어 사용을 통해 독자를 억지로 계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리고 이 점은 이 작품의 아쉬운 점 중 하나다. 흐름은 수시로 망가지고, 가끔 튀어나오는 대사는 작품이 독자를 가르친다는 느낌을 준다. 주제 선정에 한해선 정말 대단한 작품이지만, 그를 뒷받쳐줄 완성도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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