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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작업실 시보, 욕망에 대해 말하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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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1회 작성일 24-05-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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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란 누구나 근본적인 욕망(慾望)을 지니고 있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 것, 혹은 집요할 정도로 원하게 되는 것. 그것은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는 지극히도 심플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권력, 사랑, 부, 명예. 수많은 것들을 하나로 축약하자면 욕망이란 단순한, ‘가지고 싶다’에 대한 본능인 것이다.

 

  용연과 한흔, 두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업실 시보가 그리는 웹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부녀의 평온함을 보여주는 ‘헤이마’와 원작을 리메이크한 ‘파트너스’. 하지만 그 중, 작업실 시보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단언컨대 완결작인 ‘뼈와 살’과 현재 연재 중인 작품, ‘은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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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뼈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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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스토리 라인은 아주 단순하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박재하>는 예술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을뿐더러 이에 대한 이상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던 중, 말하지 못하는 <한다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난은 많았고, 그럼에도 이 둘은 서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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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 이야기 속에서 이 둘이 지니고 있는 욕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것이다. <박재하>는 자신의 현실이 갑갑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으며 동시에 원하고 있는, 가장 순수하고 고결한 하나의 존재를 갈망한다. <한다미>는 허무하기 그지없다. 과거,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언니가 상실됨으로서 지독할 정도로 자신을 원해줄 누군가를 바라고 있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바라는 두 사람, 두 사람의 만남은 어찌 보면 로맨틱해보일지 몰라도 그 전개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어긋난 가도를 걷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파국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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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작업실 시보가 보여주는 소설적인 면모는 빛을 발한다. 기본적으로 만화는 ‘시각적인 콘텐츠’에 가까우므로 만화 속 작화는 보이는 위치로, 스토리는 받쳐주는 역할로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뼈와 살 속에 등장하는 소설적인 내레이션은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고, 그로 하여금 만화를 읽는 독자들은 내용에 쉽게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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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색의 종류가 많지 않은 그림체는 이에 더 큰 몫을 발휘한다. 분홍과 하양, 검정. 최소한의 색으로 명암을 줄이고 흘러가는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집중을 느끼게 만든다. 위의 내레이션에서 눈치를 챈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두 가지 내레이션은 배경의 색이 다르다. 분홍색의 내레이션, 검정색의 내레이션. 그것은 다른 의미가 아닌 <한다미>의 내면과 <박재하>의 내면을 의미하는 컬러이다. 그렇다면 웹툰 속의 색상들이 분홍과 검정, 흰색뿐인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의미에서가 아닐까. 만약 이것이 맞는다면 이야기는 온전히 두 명의 인물로만 이루어진 것이며, 이 두 명이 이야기에 몰입도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요소, 그림과 글은 모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고 어느 한 쪽에만 기운 것이 아닌 평등, 혹은 적절하게 분배가 되어 진행이 된다. 그 탓일까? ‘뼈와 살’은 상당히 파격적인 엔딩으로 끝이 난다. 그럼에도 결말은 납득이 되고 만다.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드라마틱한 영화를 본 것 같은 감상. 이 둘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듯한 느낌. 그것은 서로 균형을 잘 이룬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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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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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는 것은 작중의 처음부터 아주 노골적으로,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 즉 행복에 대한 욕망이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모두의 공주님이 되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눈부신 존재. 그녀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 <배은수>의 가도는 아주 평탄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남자친구, 그런 그에게서 받은 가장 완벽한 프러포즈.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고, 그것은 지니고 있던 불안함마저 말끔하게 씻겨 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신의 장난일까. 아니면 과도한 행복에 대한 제어일까. 다음 날, 그녀의 남자친구는 자살했고 그녀는 홀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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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남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아픔을 남에게 공유하는 것, 그것은 동정이나 위로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상처를 보이는 것이기에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녀는 최고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가. 완벽을 추구하는 이에게 자신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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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불안해한다. 그 가운데, 그녀를 찾아온 연인의 전 애인인 <배은수>는 더더욱 그녀를 뒤흔들어 놓는다. 어쩌면 누군가가 연인이 죽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그녀, 그녀는 자기 자신의 불안감에 빠져 세상 자체를 비뚤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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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그녀는 결심한다. 그녀는 ‘동정 받고’, ‘위안 받아야 할’ <배은수>가 아닌 고고하고 아름다우며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삶을 살아가는 공주님 <배은수>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우울해하는 자신의 내면을 은폐한 채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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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작업실 시보의 극단적인 그림체는 이러한 연출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앞서 나온 ‘뼈와 살’의 경우는 단색의 색감으로 이루어진 반면 ‘은수’는 펜으로 그린 듯, 다소 거친 터치로 이루어져 있으며 컬러를 배제한 흑백 만화에 가깝다. 그 속에서 펜의 촘촘함과 거침 등은 인물의 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이따금 등장하는 컬러는 색감과는 별도로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인물의 감정을 직격타로, 독자로 하여금 단박에 느끼게 만드는 색감은 드문 흑백의 풍경 속에서 도드라지는 느낌을 부여한다.

 

 

  작업실 시보가 그리는 ‘욕망’이란 어느 하나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것이 없다. 작중의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노골적인 자신의 욕망을 지니고 살아 숨 쉰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 인물들이 드라마틱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망’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온전히 바깥으로 드러내놓지는 않는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의 통념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만화는 우리에게 속 시원한 아찔함을 부여한다. 한 편 한 편, 보고 있노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인물을 발견하고,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전율을 얻고 만다.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욕망에 감화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아마 작업실 시보만의 유일무이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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