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이보다 더 솔직할 수는 없지 <방탕일기>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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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오면서 여러 조언을 들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것도 있었고, 회사 생활, 미래, 꿈, 또는 내가 처음 발을 들여서 아주 무지했던 부분들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사실 내가 직접 가서 물은 것조차도 전부 다 수용하기란 어려웠다. 유명한 말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그냥 대답만 하면 된다는 새로운 말이 생긴 것처럼 어쩌면 그러한 마음으로 질문을 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여러 조언 중에서 수용해낸 것들도 많았지만 딱 두 가지 말은 들을 때마다 속이 답답해졌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모두 다 그런 시기를 겪는다.’ 후자 같은 경우에는 나만 특별하게 우울하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공감이란 그래서 제일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방탕일기의 첫 부분에서 작가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단지'는 돈에 집착한다. 모든 것들이 다 돈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돈만 생기면 행복해지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돈이 없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도 덧붙인다. 사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산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용돈을 받으면 해맑게 웃는 것처럼 이 사회에 발을 들인 이상, 돈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단지는 돈을 많이 벌었다. 만화도 성공하고 하던 주식도 잘 되었기 때문이다. 단지의 생각대로라면 단지 자신은 부족한 부분이 없는 사람이다. 돈도 많고 때문인지 아쉬움도 없다. 뭐든 하면서 하루하루 가득한 일정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방 안에 갇혀 휴대폰만 바라본다. 우리도 그렇다. '나중에, 나중에'라는 핑계를 대면서 오늘도 휴대폰 속 가벼운 유머들에 취해 스스로가 가진 다짐들을 조금씩 잊어버린다. 구멍 난 우리의 몸속에서 꿈도, 희망도 다 새어나간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단지는 어렸을 적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였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어 끊임없이 상상력을 뿜어냈다. 비단 단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는 안 되는 게 없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이것저것 꺼내 보이던 그때. 나는 우리의 사회가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개인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이거든. 사회를 통제하려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희망 따위는 없어서 좀비처럼 사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는 사회가 건 최면에 취해 비틀거린다. 우리를 점점 잃어가며. 지금에서라도 당장 그 구멍을 막아야만 한다. 꿈과 희망이 새어가는 그 구멍.
아이러니하게 잘 나가던 단지가 정신을 차리게 되는 계기는 주식이 망해 모든 것을 잃고 나서다. 돈이 없으니 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결론은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이다. 그렇다. 단지는 돈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했다. 그 마음이 희미해졌을 뿐, 우리 모두 그런 마음을, 상상력을 다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 웹툰은 작가의 자전 이야기, 단지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마음속 한 곳을 바늘로 콕콕 찌른다. 단지와 우리의 이야기가 백 퍼센트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같은 사회에서, 같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꼭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점점 목표를 잃고 돈만 바라보는 사람들. 단지는 결국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다. 자신이 가난한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여러 과정을 통해서,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통해서 진실과 진심을 알게 된 단지는 이제 그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안전벨트를 가장한 족쇄를 풀어낸다.
방탕한 일을 하면 자유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일들을 하면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공허해지는 것은 왜일까? 사실 무작정 방탕한 일을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우리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던 것인데 이 역시 그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단지는 그래서 공허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가 되어버린 것 같고 또다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부분. 내 진심을 무시하니까 자꾸 생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단지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단지의 나이를 걸고넘어진다. 나이 때문에 무언가를 못 한 다거나 늦었다거나 그 나이에는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 나는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진다. <방탕일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나이에 집착하게 된다. 스무 살에는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을 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거야!’ 하던 사람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초조하게 된다. 결국,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자신의 꿈마저 놓치게 된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내가 스무 살 때 느꼈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유일한 한 대학에 떨어져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재수에 성공해서 대학을 들어가도 이미 친구들보다 일 년이 뒤처졌다는 생각에 무너져내렸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았더니 누군가는 내 나이를 부러워했고, 또 어떤 누군가는 내 나이를 부러워했던 누군가를 부러워했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고 상대적이다. 당신은 나이에 끌려다닐 것인가? 아니면 나이를 길들여서 온순한 것으로 만들 것인가? 단지는 35살에도 방탕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나이는 어떤 것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잊고 살아간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삶이라면 그 주인인 여러분은 그 삶 속에서 부디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살기를 바란다.
자유로움을 넘어선 방탕한 이야기. 다음 웹툰 <방탕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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