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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05회 작성일 24-05-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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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양 판타지는 어떠세요 <가담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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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네이버 웹툰 작가 중 '약쟁이'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인 랑또작가. 데뷔작이었던 <야!오이> 는 물론이요 <요리대마왕>과 <악당의 사연>, 같은 주옥같은 (장르 이탈) 병맛 개그만화를 선보인 랑또 작가지만 <빨간책>같은 작품으로 종종 다른 면도 보여주었던 그 랑또 작가의 동양판타지 만화, 가담항설이다.플레이어>


네이버 한자사전에 의하면 가담항설의 뜻은 이러하다.


가담항설 街談巷說

①길거리나 세상(世上)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

②세상(世上)에 떠도는 뜬 소문(所聞)


그렇다면 이 만화는 어떠할까. 무려 주인공이 '돌'인 동양 판타지 소년만화, 작가 공인 왕도 소년만화라고 한다. 전체 연령가라고 하기에는 잔혹한 부분이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작가의 말대로 왕도물의 전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이 동료들을 모아 사악한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하는' 면만 따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가담항설은 소년만화라기 보단, 이미 소년을 지난 어른들의 이야기같기도 하다. 혹은 8~90년대의 청소년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년들을 위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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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먼저 동양판타지라고 할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복장과 으리으리한 배경……은 없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액션신은 물론 작화의 수준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 우리가 '동양판타지'에서 기대하는 화려함은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다. 주인공이 '돌과 노비'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왕과 신룡, 사군자들을 봐도 복장의 화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기 쉽도록 간결하게 디자인된 캐릭터들의 복장은 일견 고증을 무시한 것 처럼 보이지만, 한국 전통 복식 특유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간결하게 그려낸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도양풍이라면, 한국식이라면 반드시 ~해야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양한 종류의 전통 의상들을 두고 '한복은 반드시 ~해야한다'라는 고정관념탓에 많은 창작자들이 고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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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과 디자인 말고 설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한 때 아동컨텐츠에서 소위 '대박'을 친 마법 천자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랑또작가는 우리가 국어 교과서에서 흔히 읽었던 고전 시가들을 작품에 가져와 잘 살려낸다. 고전 문학을 기술명에 사용한 작품이 이전까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게임 판타지 웹툰 <언더시티>의 경우 한국인 캐릭터가 동명성왕신화나 박혁거세 신화등을 게임 스킬명으로 사용했다) 가담항설은 조금 다르다. 작품의 분위기에 맞게 적절히 고전 시가의 문구를 사용하여 연출하는 것은 물론이요 필력이나 식견, 독해력, 각인 등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를 세계관에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해외 창작물에서 주로 나오는 설정들을 우리 식으로, 한국식 판타지에 맞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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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역시 매력적이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보여줬던 1화도 그렇지만,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언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창작물의 가치를 나누는 기준은 모두 다르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창작물'의 기준은 이렇다. 모두가 같은 답을 내놓는 창작물보다 100명의 독자가 100개의 의견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보여주는 창작물이 좋은 창작물이라고. 그런 점에서 가담항설은 좋은 웹툰이다. 매 주 연재된다는 웹툰의 특성 상 한 화마다 캐릭터의 평이 달라지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한 화만에 갑자기 악당 캐릭터의 평가가 뒤집혀 여론이 달라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가담항설의 경우 작가가 치밀하게 쌓은 서사와 떡밥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매 회마다 새로운 해석을 내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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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악당이나 다름없었던 신룡과 백매가 그렇고, 누가 봐도 선역으로 보였던 춘매가 그렇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 기재하지 않겠다.) 또한 여전히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는 암주가 그렇다. 또한 가담항설의 캐릭터들은 스테레오 타입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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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짧은 내용 안에서 반전을 통한 개그에 능했던 랑또작가지만 가담항설이라는 작품에서는 다른 의미의 반전을 보여준다. 도련님처럼 보였지만 사실 노비였던 복아나, 믿었던 연인에게 버림받은 가련한 여자처럼 보였지만 실은 누구보다 뛰어난 필력과 힘을 소유한 여자 장사인 홍화, 마냥 귀엽게만 보였지만 실은 작중 손꼽히는 실력자이며 누구보다 깊은 심성의 소유자인 명영. 캐릭터의 이름과 디자인, 행동 등 사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조차 모두 랑또 작가가 설계한 것임을 생각하면 이전까지 그저 약쟁이라고 불렀던 것이 미안할 정도다.




캐릭터의 디자인과 설정, 서사와 더불어 이 만화가 단순히 소년만화가 아닌 소년만화의 안티체제처럼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까.(개인적으로 소년만화/소녀만화 라는 명칭을 좋아하진 않지만 편의상 썼음을 밝힌다.) 작중 지식을 상징하는 추국은 무모하게 덤벼드는 홍화에게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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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을,

이렇게 함부로 벌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 대사를 읽으며 수많은 소년만화의 주인공들이 떠오른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대의를 위해 불나방처럼 몸을 불사르는 인물들은 비단 소년만화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러나 흔히 점프식 소년만화라고 불리는 작품들을 생각해보자. 목숨을 걸고, 동료들을 믿고 나아가면 아무리 단순무식하게 나가더라도 결국은 승리한다. 왕도물의 결말이 그렇지 않나. 언제나, 정의로운 주인공은 승리한다. 추국은 소년도 주인공도 아니다. 주인공 일행이 무찔러야 할 위치에 속하지만 작품 전체로 볼 때 추국은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인간들에 의해 백매를 잃은 사군자다. 주인공 일행 역시 무조건 정의롭다고는 할 수 없다. 가난한 사람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가난이 곧 선善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교통사고를 낼 탈것, 자동차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슬프면서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복아도, 한설이도, 홍화도, 정기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닥쳐온 불행은 분명 악일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반드시 선인 것만은 아니다. 그저 그들은 자신이 겪은 불합리한 일을 복수하기 위해, 혹은 막기 위해,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이런 부분에서 가담항설은 지극히 한국적인 만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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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감탄한 78화에서 등장한 신룡의 독백을 떠올려보자.) 더 이상 실패할 여유가 없는 21세기의 청소년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와 같은 확고한 믿음을 가져본 적 없는 21세기의 젊은이들을 위한 만화가 <가담항설>의 일면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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