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유유상종 <참치와 돌고래> (스포有)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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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강현호는 소위 말하는 '금사빠'입니다. 금세 사랑에 빠지는 타입이란 뜻이지요. 철없는 엄마의 부탁으로 같이 수영강습을 배우게 된 주인공은 돌고래라는 잘생긴 남자를 만나서 첫눈에 반하고 맙니다. 원래는 며칠 하고 관둘만한 상황이었지만 현호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수영 강습을 꾸준히 다니게 되고, 수영 강습회 멤버들과 친해지게 됩니다. 수영 강습회 멤버들이 그녀를 부르는 별명은 '참치' 남자를 부르는 별명은 '돌고래'. 현호가 돌고래를 좋아한단 사실을 알게된 수영 강습회 멤버들은 이 둘의 연애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자 하고, 이를 위해 모임 '참치와 돌고래'를 결성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용은 이후의 전개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참치와 돌고래 멤버들은 인물상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분명 에필로그에 나오는 설정샷을 보자면,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는 세세히 정해져 있지만, 이 인물들이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드러나기도 전에, 작품은 '참치와 돌고래'를 결성합니다. 이 때문에 조연의 역할을 해줘야 할 인물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작가에게도 악수 였기에, 소화시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참치와 돌고래는 현호의 연애를 도와주기 위해 모였다.' 작품 초반에 분명히 제시되는 내용이지만, 참치와 돌고래는 현호의 연애를 위해 해준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끔씩 술자리를 열며 부추기는 정도에서 머물고 맙니다. 물론 후반부에 한번 작전을 세우긴 합니다만, 이 작전이 참치와 돌고래의 존재 가치라면 정말 없는 게 나았을 지경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꺼번에 등장하여 단 한명에게도 주의를 집중시키지 못한 이 멤버들은 나름 작품의 주력 조연임에도 그 개성이 희미합니다. 참치와 돌고래를 세우면서까지 이들이 등장한 이유가 작품 내내 제대로 어필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자면, 이 개성 어필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 만화에서 강점입니다. 이 만화에서 내면이 드러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와 인간 관계에 대한 진지한 상담과 케어가 필요해보이는 사례관리 대상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만화에선 내면이 드러나고, 아픔을 이야기하면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변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선 내면을 터놓을 수록 독자를 기분나쁘게 하는 요소만 늘어납니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가장 친했던 친구로 나오는 '민'이라는 인물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인물은 어머니를 두고 바람을 피다가 어디서 애까지 하나 낳아온 구제불능 아버지를 증오하는 캐릭터입니다. 덕분에 엄마와 사이가 친근한 주인공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품고 있지요. 그리고 어느 날 엄마와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열등감이 폭발하고 맙니다. 뭐라고 하느냐.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아온 예절 교육에 따르자면, 친구에게 부모님이 있다고 화를 내는 행위는 매우 무례한 행동입니다. 그것도 친구 부모님 면전에서요. 하지만 작품 속에선 이런 갈등 표출이 그럴 수도 있는 행동으로 여겨지며, 오히려 주인공이 이 친구에게 한수 접어들고 들어갑니다. 작품 내 갈등은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사회 상식 선에서 무례하다고 볼 수 있고, 비상식적이라 볼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이 만화라는 명목 하에서 용인됩니다. 그리고 이 무례함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표현되기 까지 합니다.
까놓고 이야기합시다. 불쾌합니다. 이 만화는 매우 불쾌합니다. 연애담은 흐지부지 끝나고 맙니다. 인물들은 뒤로 갈수록 점점 불쾌하고 작위적인 면모를 자랑합니다. 왜 연애를 다룬 작품에서 이런 자극적인 캐릭터를 동원해가며, 그의 가정사를 어필하려 드는 지 조금도 알 수 없습니다.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중간에 풀고 싶었다면, 왜 이 이야기를 푸는 지 독자가 알 수 있게 해주어야 했습니다. 돌고래의 가정사와 주인공의 연애담은 따로 떨어진 태엽마냥 제멋대로 돌아가고 멈춥니다.
아쉬운 작품입니다.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단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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