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웹툰 작가를 리뷰해 봅시다 - 기안 84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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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웹툰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이건 아니지 않냐며 한 번 쯤 화두에 올렸을 이야기 하나. 기안 84 작가는 [패션왕] 연재 시절 패션쇼 장면에서 주인공을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전개를 그렸던 기안 84 작가는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요. 이게 무슨 전개냐며 분노한 독자들 투성이였습니다. [복학왕]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바마를 희화화한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어울리지 않는 개그를 남발한 탓에 재미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기안 84는 작품 전개를 망치기 일쑤입니다.
작화를 이야기해봅시다. 기안 84 작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조금 후달리는 편이지요. 대충 그린듯한 인체비례를 보다보면 이건 아닌데 싶기도 합니다. 조금 더 멋진 작화를 독자에게 보여야 할텐데! 이런 생각도 들 곤 합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네이버는 왜 기안 84를 연재 시켜주는 걸까? 왜냐니요. 기안 84의 매력은 이런 곳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기안 84는 그림을 잘그리지도 전개를 완벽하게 해내지도 않지만 만화 그 자체를 잘그리는 작가입니다.
여러분, 노병가를 기억 하십니까. 기안 84 작가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라고 흔히들 말하지요. 노병가는 사실 그림을 그리 잘그린 작품은 아닙니다. 위 컷에서 보이듯 오히려 조금 못그리는 편이지요. 하지만 작품은 그 투박한 그림체로도 의경의 암울함과 폭력성을 가감없이 담아냅니다. 그리고 여기서 기안 84의 장점이 드러납니다. 기안 84의 장점 하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남들도 똑같이 알 수 있을만큼 리얼한 연출. 기안 84의 대사 구성 능력이나 컷 연출 능력은 자기 만화에 가장 잘맞는 방식입니다. 자신이 가진 걸 가장 잘 활용하는 연출력이지요. 저는 이런 작가를 좋아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만화 내에서 표현해낼 줄 알아요. 표현력. 이거 많이들 간과하는 것인데 그림을 잘그리는 것과 표현을 잘하는 건 다릅니다. 기안 84 작가는 표현을 잘합니다.
그렇죠. 표현을 잘합니다. 표현 면에서 기안 84 작가는 분명히 재능이 있습니다. 한심하다는 말을 등장인물 그 누구도 하지 않아도 한심한 인물상을 만들어낼 줄 압니다.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우린 그 인물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츤데레 쿨데레로 분류되는 정형화 된 성격이 아니라 실제 사람 같은 성격으로요. 그리고 독자들이 그 인물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듭니다. 캐릭터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현대 문학 속 등장인물 같은 입체성을 가집니다. 이와 동시에 기안 84 작가는 비유적인 연출 표현을 자주 씁니다. 비유적인 표현. 패션왕에서 이 비유적인 표현을 너무 남발하다보니 결국 늑대인간까지 갔지만, 폭주할 때를 뺀다면 작가의 연출 시도는 색다르면서도 직설적입니다.
복학왕에 나오는 이 장면을 예로 들어볼 수 있겠네요. 너는 지잡대 나와서 중소기업도 안받아줄거다. 라고 어떤 캐릭터가 말을 했다면 상당히 거부감이 컸을 연출입니다. 하지만 기안 84는 영리하게도 이런 장면을 상상 속의 인물로 대체합니다. 주인공의 피해망상과 두려움으로 바꿔낸 것이지요. 민감한 이야기를 할 때, 한 줄의 글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그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안 84 작가는 영리하게 돌아갑니다.
즉 기안 84의 장점은 이런 것이죠. 찌질한걸 찌질하게 표현할 줄 압니다. 합리화하면 더 찌질해보일텐데 그러지 않아서 등장인물들의 찌질함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한심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그런 인물들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떨어져나가지 않을 정도의 찌질함. 같이 눈물 지을만한 공감대를 갖춘 찌질함. 그 선을 기안 84는 캐치해내서 그려냅니다. 저는 기안 84 작가가 패션왕 등을 통해서 오히려 저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안 84 작가는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인물이에요. 물론 그러기 위해선 넘어설 산이 많긴 합니다
우선 부족한 스토리 진행 능력을 들어볼 수 있겠지요. 잘나가는 듯 싶다가도 어느 때가 되면 갑자기 폭발해버리는 스토리에 우리는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게으릅니다. 주간 만화를 연재하기에 작가는 손이 너무 느립니다. 하지만 그것들로 작가를 비웃기에 이 작가가 가진 역량은 정말로 뛰어납니다. 찌질의 제왕 기안 84에 대해, 우리 조금 경외심을 담아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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