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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6회 작성일 24-05-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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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홍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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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등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판타지 작품은 중세 서양을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우리는 ‘판타지’ 라고 했을 때 보통 오크와 고블린 같은 괴물이 나오고 마법, 요정 같은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있는 중세 서양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애초에 판타지라는 단어의 뜻은 ‘공상’ 혹은 ‘공상의 세계’ 이다. 배경이 동양이어도, 현대여도 관계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한 ‘웰메이드 판타지’의 영향 덕에, 출간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비슷한 서양식 판타지에 비슷한 성격의 주인공과 조력자가 등장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전에 있었던 수작들의 팬 메이드식 재생산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잘 만들어진 판타지 작품은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배경을 바꾸어, 동양식 판타지를 추구한 일련의 작품들이 눈에 띄게 참신하거나 새로운 것들은 아니다. 서양식 판타지 요소를 동양식으로 치환한 것뿐이다. 중세시대를 조선시대로, 오크와 고블린을 귀신과 요괴로, 마법은 도술로 말이다. 작가의 사유와 취재로 잘 구축된 세계관이 보이는, 잘 만들어진 동양판타지는 최근 웹툰 사이트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독자들은 (몇 없는) 잘 만들어진 동양판타지를 제한적으로 향유하거나, 비슷한 내용과 설정을 담고 있는 류의 판타지에 자신들의 재미를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뒤집어지지는 않겠지만, 비슷비슷한 설정의 판타지 웹툰들 속에서도 눈에 띄는 참신함을 지닌 작품은 분명,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s_owl작가의 <홍도>이다.

 

s_owl작가의 <홍도>는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작화와 스토리의 질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만화에서 볼 수 있는 매 회의 컷들은 따로 일러스트로 사용해 전시회를 열어도 될 수준이다. 현재 시즌3 까지 진행되었으며, 부족함 없는 플롯의 구조와 서사 속에서의 디테일에서도 작가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특히 연재 시작 얼마 후에 올라온 특별편에서는 작가가 독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도 따로 세밀한 설정이 있음을 보여주며 세계관의 공고함을 주지시켰다. 단순한 시대배경 설정과 세계관 설정을 넘어서 의복에 대한 조사와 설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에서 작가의 꼼꼼한 성격이 엿보인다.


<홍도>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홍도’가 모종의 이유로 까마귀를 찾는 여행을 하며 겪는 기괴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라고 작가가 특별편에서 밝혔으나, 아마 연재 초기였기에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짧게 이야기 한 것으로 보인다. <홍도>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짧고 간단하지 않다.
시즌 1에서는 작품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인식 시키며 주인공 ‘홍도’라는 캐릭터의 면모를 드러내는 것으로 목표를 압축한 것 같다. 실제로 시즌 1 에서는 양필과 주자염, 그리고 철식을 포함한 세명의 동료를 모으는 각각의 에피소드 외에 따로 진행되는 굵은 스토리라인은 없다. 

한 시즌을 쓰며 느긋하게 배경과 캐릭터 소개를 끝낸 뒤, 시즌 2부터는 본격적으로 판을 벌인다. 동료들과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해제하기 위해 수도인 경으로 가는 여정. 수도로 가는 동안 두 번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전부 ‘금폐’와 관련된 일이다. 시즌 2의 첫 에피소드에서 결계로 둘러 싸여 길을 잃은 주술사 집안의 자제들, 혹은 주술사의 피를 빨아내 금폐로 만들어 내는 데에 필요한 ‘지옥꽃’ 이 에피소드의 주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시즌 1에서 이름만 등장한 ‘갈문’이 전면에 등장하며 악역들의 윤곽이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보통 웹툰의 장점으로 꼽는 ‘빠른 전개’에 연연하지 않고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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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순서대로 양필, 주자염, 철식

 

시즌 2는 금폐와 홍도에 맞선 적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무수히 만들어 낼(등장만으로도 이미 만들어진!) 사건들의 무게와, 주인공의 시련을 예고하고 있다. 그 뒤로 이어진 시즌 3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이 그려질 것이리라.
각 시즌의 결말은 앞으로 작품이 목적지에 완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그 길을 벗어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이정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작품은 시종 진지한  공기 속에 진행 되지만, 캐릭터간의 케미나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코드로 숨통을 틔어주며 독자들을 쥐락펴락 <홍도>의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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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봉인된 회현, (우) 봉인이 풀린 회현

 

 

그러나 이렇게 잘 구성된 플롯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는 별개로,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홍도> 역시 기존의 영웅설화나 다른 작품에서 많이 사용된 ‘강한 핏줄’ 혹은 ‘귀족 가문’ 이라는 배경을 차용했고, 그러한 주인공이 그러한 상위 계급이면서도 방탕한 반항아라는 점 등 판타지 물 설정의 전형성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들은 흔한 동시에 재미가 보장되는 일종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므로, 완전히 버리진 못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홍도>가 다음 만화의 리그에 참여할 때부터 지켜봐왔던 독자로서 이 작품이 우리나라 동양판타지 장르의 질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s_owl작가 또한 뛰어난 그림실력과 꼼꼼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홍도> 다들 한번쯤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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