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열왕전기, 기대되는 웹툰화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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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대전기'라는 퓨전 판타지 소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권의 출판일은 2006년이고 완결권(22권)의 출판일은 2011년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에 판타지/무협을 읽고자 대여점을 드나들었던 독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작품이죠. '열왕전기'라는 제목으로 대(大)자가 빠진 채 돌아온 투믹스의 웹툰은 바로 이 '열왕대전기'를 웹툰화(化) 시킨 케이스입니다.
저는 열왕대전기의 신권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읽은 나름의 팬이었기 때문에, '열왕전기'를 리뷰하는 관점 또한 기존에 열왕대전기를 읽은 독자층을 위주로 글을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내버려두고 굳이 10년도 전에 시작해서 7년 전쯤에 끝난 소설을 웹툰화 시킨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고요. 그러니 열왕대전기를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양해를 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소설의 웹툰화, 그중에서도 (대여점)판무협을 웹툰화 시킨 작품으로서는 썩 괜찮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첫째로 작화입니다. 활자 매체가 이미지 매체로 이식된 만큼 기존 팬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은 역시 작화와 그림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물론, 독자로서 제 상상과 괴리가 아예 없다고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 사실 그런 상상일체의 웹툰화는 불가능합니다. 독자가 놀라운 그림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직접 소설을 만화로 그리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럼에도 작화에 대한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기본적인 그림의 수준을 떠나 원작의 장르와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열왕대전기는 일단 전형적인 한국형 대여점 판타지의 큰 틀을 따르고 있지만 고유한 개성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대략 잔인하고 선정적인 묘사, 단호하고 손속에 자비가 없는 주인공 등이죠. 호불호 라는 답 없는 문제를 지나치면 열왕전기의 작화는 확실히 원작의 질감을 생각했을 때 몰입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리뷰어로서는 조심스럽지만 열왕대전기의 팬 개인으로서는 썩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퀄리티 자체도 나쁘지 않고요. 아마도 원작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투 장면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로 큰 다행입니다.
두번째는 원작을 멋대로 개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열왕대전기는 대여점 판무협의 장르적인 재미를 취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살려낸, 말하자면 장르적 수작입니다. 불행하지만 대여점 시장에서 나름대로 호평을 받은 소설을 다른 매체로 옮기면 개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소위 '양판소'만 남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왔습니다. 오래된 대여점 소설의 팬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상이죠. 열왕대전기를 웹툰화 시킨 작품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존의 팬들이 아마도 작화 다음으로 했을 걱정이 아닌가 싶은데, 같은 입장에서 말씀드리건대 기우에 불과합니다.
원작의 초반부를 읽은 지가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 10년도 전에 쓰여진 소설이니까요 - 만화가 원작을 그대로 옮겨 그렸는지는 모르겠어요.(굳이 그럴 필요도 없죠) 하지만 큰 줄기는 잘 따르고 있고, 주인공의 성격과 동기라든지, 판타지 세계관을 묘사하는 방식이라든지, 열왕대전기의 특장점을 제법 충실히 재현했다는 느낌입니다. 이건 분명히 열왕대전기의 설정과 소재만 대충 베껴다가 지어낸 양산형 판타지 만화가 아니라, 열왕대전기의 웹툰판입니다. 이거 하나는 믿을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열왕대전기를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서 줄거리를 짧게 언급하자면, 암에 걸린 주인공이 이세계로 넘어가 힘을 얻고, 영주의 자리에 올라 다른 많은 강자들, 권력자들과 투쟁하는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너무 진부한 소재라고요? 원작이 출판된 시기와 타겟으로 한 시장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이야기'에요. 개인 소장을 수요 기반으로 삼는 서점 못지않게 냉혹한 대여점에서 22권까지 책을 낼 수 있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책이 나온 환경과 플랫폼이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지만요.
원작의 팬으로서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장대한 서사시의 완결을 보고 싶다는 겁니다. 하나만 더. 과분한 소망일 수도 있겠지만 도입부의 결이 조금 달라진 것처럼, 완결도 보다 바람직한, 다른 방향으로 끝을 맺었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 2018 / 03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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