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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85회 작성일 24-05-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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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드, <연애의 정령>

- 별의 탄생과정을 규명하는 천체물리학 다큐멘터리



1. “X발, 연애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별까지 돼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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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ASKY~


주인공 문오중은 ‘남중, 남고, 공대, 군대’의 로얄로드를 충실히 걸어온 결과 22년간 모태솔로의 타이틀을 지켜왔고 현재 복학생 아웃사이더다. 그런 문오중 앞에 갑작스럽게 자신을 ‘힙제이’라고 밝힌 ‘연애의 정령’이 나타나 충격적인 비밀을 전해준다. 그것은 바로 “23살이 될 때까지 연애를 못하면 우주의 별로 변해버린다”는 것. 이것은 <연애의 정령>이 “남자가 25살이 될 때까지 동정이라면 마법사가 된다”는 인터넷 구전설화에서 비롯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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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마법을 쓰게 해주지 왜 별로 만들어!


물론 이 만화에서 별의 탄생과정을 몸소 규명할 교보재가 문오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묵자흑’이라고 그의 친구인 수환파크, 육경열, 이동은 역시 연애 못해본 것도 서러운데 차가운 우주공간으로의 유배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다. 연애의 정령은 얘네같은 모쏠들이 별이 돼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견되는 존재인데, <데스노트>의 류크도 아니고 모쏠이거나, 모쏠일 때 접촉했던 사람에게만 보인다. 그러므로 힙제이가 보이는 여러분 모두!


그러니까 이 만화는 이를테면 ‘오중이와 친구들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조력자 힙제이와 함께 벌이는 생존 다큐’인 것이다. 사실 이번에 문오중까지 별이 되어버리면 힙제이도 함께 별이 되기 때문에 치열한 코칭이 예상된다. 아마 실적이 좋지 않았던 듯하다. 힙제이를 비롯한 전국의 영업맨들 오늘도 힘내세요!



2-1. 이동은 - 수환파크, 그 사이의 문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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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기점에서의 선택 따라 엔딩은 바뀌기 마련이다


다시 이 만화의 내용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연애의 정령>의 플롯은 타임어택이 존재하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군필 복학생 버전이다. 이동은과 육경열은 문오중이 진행하게 될 몇 가지 루트를 미리 보여주는 장치로 배치된다.


만화의 등장인물들이 별이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는는 연출은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4명의 주인공들이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연애라는 공통점으로 묶여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과 23화에서 육경열이 “나도 여자친구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울며 뛰쳐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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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어 임마


마치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건넨 파란약을 삼킨 네오처럼, 주인공들은 더 이상 연애에 무심하던 옛날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차라리 몰랐다면 안락하게 하늘의 별이 되는 것으로 인생이 마무리되었겠지만, 게임의 규칙 안에 들어온 이상 주어진 규칙 안에서 승자가 되든지 패자가 되든지 둘 중 하나다. 즉, 무리한 고백 이벤트 끝에 홍도연에게 무참하게 차인 패자 수환파크냐, 아니면 상호간의 무수한 헛발질 끝에 얼떨결에 커플이 된 승자 이동은 중 하나가 문오중의 미래라는 것이다.


다소 아쉬운 건 ‘별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 외에는 커플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령’을 파견해서 코칭을 해서라도 탈출시켜야 하는 ‘모쏠’이기에 여자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설정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서 소비된 콘셉트다. 카연갤식(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갤러리)의 마이너 감성은 그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웃을 수 있지만, 그것이 관성에 머무르며 진부해지는 순간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매 화마다 9.9에 육박하는 별점이 증명하고 있듯이 이 만화는 재밌다. <연애의 정령>을 액션영화를 단순히 ‘때리고 부수기’ 목적으로 보듯 구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설정의 부실함과 빈약한 이야기 뼈대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점은 이 만화를 작가의 드립력에 기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웃지 않는 개그반 시즌3>다.



2-2. 오잉? 2부의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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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 전개가 와장창!


실제로 1부에서는 육경열을 제외하고, 이동은과 편의점 알바녀인 강진선의 러브라인과 문오중-홍도연-수환파크의 삼각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러나 2부로 넘어간 이후의 54화부터 65화까지의 <연애의 정령>은 1부와는 달리 연애와 관련된 본 플롯 진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실 주인공들이 별똥별(하늘로 솟아오르는) 후보 치고는 애초에 별로 연애할 생각이 없어 보이긴 하다.)


이건 마치 <패션왕>에서 기안84가 본 스토리가 막힐 때 야상오빠 에피소드를 끼워 넣었던 이상증세와 비슷한 조짐으로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원피스>에서 정상결전 이후 루피 해적단이 뽈뿔이 흩어져 개별 에피소드로 진행된 것처럼, 주인공들이 1부에서 부숴먹은 렌트카 비용을 대기 위해 알바를 뛰는 장면들만 보여주고 있다.


문오중은 공사장 막노동, 육경열은 아프리카 BJ와 피시방 알바로 등장한다. 한편 수환파크는 주방보조를 하다가 호빵알바 혹은 홍도연과의 스토리가 다시 이어지는 듯 하다가 갑자기 여학생들한테 치근덕거리는 교수 이야기로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걸 수환파크가 해결해주며 이야기가 진행될 듯하다가 육경자의 UFC 도전기로 넘어간다. 그래도 이 와중에 재미는 잃고 있지 않기에 다행이다. 근데 이놈들아! 그래서 연애는 언제할건데!



3. 카연갤의 유산, 패러디


카연갤(디시인사이드 카툰연재갤러리)은 마인드C, 꼬마비, 마사토끼, 이말년, 주호민, 강호진, 기안84, 굽시니스트, 최의민 등 기라성 같은 웹툰 작가들을 길러낸 화수분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씨의 ‘병맛코드’, ‘패러디’ 같은 유머코드를 체화시켜 이를 자양분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분위기를 보면 알겠지만 김호드 역시 카연갤 출신이다. 김호드는 선배들이 10년 넘게 노력을 들여 깔아놓은 이런 병맛감성의 카펫 위를 질주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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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김호드의 유려한 패러디 드리블링


카연갤 출신답게 병맛코드와 패러디를 상당히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한 화 안에서도 꽤 많은 패러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위키에 회차별로 패러디 요소를 정리해놓은 별도의 문서가 작성되어 있을 정도다. 사실 이 만화에서 패러디라고 해봐야 엄청나게 참신하다기 보다는,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꾸준하게 등장한다. ‘이거 전형적인 카연갤 양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적재적소에 꽂히는 패러디의 타이밍은 감탄을 자아낸다. 회차마다 어떤 패러디가 사용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만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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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로 쓸데없이 고퀄인 격투씬 타격감도 볼만하다



4. 마치며


어쨌든 <연애의 정령>은 각종 서브컬쳐를 온전히 드립으로 흡수해 작품에 녹여내는 작가 김호드의 드립력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만화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23살이 되도록 모쏠인 상태를 유지하면 하늘의 별이 되어버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블랙넛이 동정 컨셉으로 흥하는 세상에 모솔인게 뭐 어때서? 여러분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울지 말고 이 만화의 재미를 즐기도록 하자. 혹시 이 만화를 보다가 갑작스레 깨달음을 얻어 연애 고수가 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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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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