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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여행을 떠나 느끼는 두 가지 테마, '사랑'과 '인생' -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 '유럽에서 100일'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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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22회 작성일 24-05-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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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떠난다. 맛있고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서, 유서 깊은 문화재를 감상하려고, 단지 골치 아픈 일상에서 벗어나 편히 쉬고 싶어서, 기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만큼, 딱 그만큼의 이유와 느낌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두 편의 웹툰은 각자 다른 이유로 여행을 떠나, 다른 감상과 생각을 얻어온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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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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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은 깨알 같은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제목의 여행 웹툰이다. 여기서의 여행은 해외여행이 될 수도 있고 신혼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하나로 합치자면 ‘해외로 떠나는 신혼여행’ 정도일까.

 

원래는 네이버의 대표적인 초장기 생활툰, ‘낢이 사는 이야기’에 포함되었을 내용이지만, 옴니버스 구성으로 오랫동안 연재된 생활툰에 15회 남짓한 분량의 여행기가 끼어들면 어색할 것 같다는 조언에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낢은 이전에도 두 편의 여행툰을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각각 네팔과 몽골을 여행한 경험을 담은 ‘나는 어디에 있는 거니’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라는 제목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여행툰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은 이전의 두 작품과 조건이 크게 다르다. 네팔 여행기 ‘나는 어디에 있는 거니’는 아예 혼자서 떠난 여행이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같은 여자(만화가)들 3명이서 갔던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얼마 전에 부부의 연을 맺은 ‘이과장’과 함께 한 신혼여행인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여행지이다. 여행툰은 여행을 하는 과정을 다루는 만큼, 여행지 역시 만화의 내용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은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이 하늘과 땅만큼 다를 테고, 당연히 지면에 옮겨 담을 수 있는 것들도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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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과 전작은 여행툰이라는 큰 틀을 공유하고 있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장르의 웹툰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먼저 낢과 이과장이 신혼여행을 떠난 곳은 남유럽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인데, 모 케이블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한국의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중적으로 유명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척박한 환경(혹은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때문에 오지 내지는 고생이 동반되는 ‘네팔’이나 ‘몽골’은 가장 평범한 형태의 여행툰이라도 충분히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 몽골 초원에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문제는, 분명 모든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될 ‘흔한’ 딜레마지만, 동시에 약간의 연출만 가미되면 그보다 재밌는 소재도 드물 것이다.

 

반면에 크로아티아는 그렇지 않다. 세계 최빈국인 네팔이나 광산업이 기간산업인 몽골과는 달리, 크로아티아는 국민소득도 높은 편이고,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인프라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요는 몽골이나 네팔에서처럼 단지 현지 음식을 맛보고 다른 환경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는 재밌는 여행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재밌는 만화는 탄생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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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 작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아주 영리했다. 지루할 위험이 큰 소재의 내용을 다룰 때, 경험이 풍부한 중견 작가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역시 그 경험을 살리는 것이다. 네이버 일상툰의 터줏대감으로서 사소한 일에서도 우리네 삶에 대한 보편적이고 부드러운 통찰을 담아내고, 일상에서 겪는 우스꽝스럽고 곤란한 사건들을 코믹하게 포장하는 작가의 능력은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가 후기에서 직접 언급했듯, 여행툰에는 두 가지 종류의 재료가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여행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다른 하나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느낌과 생각 등의 총체적인 경험이다. 그런데 전자는 상술한 이유로 크게 재미가 있을 수 없으니,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에서 메인은 어디까지나 낢이 신혼여행 와중에 느낀 생각과 재미있는 - 본인에게는 다소 민망할 수 있는 - 개인적 경험들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은)일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이라는 점이다. 당사자인 낢과 이과장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혼부부의 개인적 사정이 작가의 고민을 부추기는데, 결혼 이전에 적지 않은 시간동안 동거를 했다지만 이번 여행에서처럼 오랜 시간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경험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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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도, 빡센 마감에 쫓기는 낢이나 야근과 주말 근무에 시달리는 이과장에게,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한 생활을 영위하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은 젊은 부부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둘과는 너무나도 다른 삶의 방식. 전혀 다른 세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멀고 먼 이국의 땅에서 고민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덕분일까. 한국에서 그들의 생활이 ‘여유’나 ‘자연’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리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아주 잠깐 그런 촉박한 시간에서 벗어나, 여유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바로 옆에서 만난다면 더더욱 그렇다. 낢과 이과장은 고민하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기존의 삶을 반쯤 강제하고 있는 물리적, 금전적 족쇄는 어디가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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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면 될까? 그런 막중한 선택을 쉽게 내릴 수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둘은 직접 그곳에서 1년이고 2년이고 지내본 것도 아니고, 단지 ‘관광객’으로서,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에는 지극히 짧은 찰나의 순간을 지나왔을 뿐인 것이다.

 

정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민이라는 것은 해외를 여행한다고 술술 풀릴 만큼 간단하지 않으니까. 그런 건 애초에 고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것이다. 다만 낢과 이과장은 또 하나의 기회, 다른 방식의 인생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고, 그것은 충분히 값진 결과일 것이다.

 

물론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이 이런 진지한 고민으로 가득한 웹툰은 아니다. 풀기 어려운 숙제와도 같은 그들의 고민은 짧게 - 하지만 동시에 묵직하다 - 언급될 뿐이고, 나머지는 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에 대한 깨알 같은 팁과 황당한 웃음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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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과 이과장이 처음으로, 한 시도 빠지지 않고 딱 달라붙어 같이 보내는 경험. 그런 환경에서는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고 싶어 하는 내밀한 것들을 공유하고, 당혹스러운 해프닝이 쉽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방귀를 트게 되는 문제라든지, 술이 떡이 되게 마신 밤 토가 쏠려 문을 열었더니 큰일을 보고 있는 남편이라든지. 재료도 구할 수 없는 곳에서 별안간 ‘간장계란밥’을 먹지 못해서 이 난리라는 의미모를 소리까지...

 

어디 이뿐인가. 바닷가에서 수영할 때 특별히 준비한 ‘뽕’은 사이즈를 잘못 챙겨서, 수영을 하다 말고 가슴(?)이 찌그러지기 일쑤다. 비가 와서 물에 잠긴 길을 건너가도 괜찮을지 물어보자, 아마 위험할 것 같지만 너희들 목숨이니 알아서 하라고 답하는 쿨한 노부부를 만나기도 한다. 분명 호텔에 전자레인지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믿고 냉동식품을 샀는데, 알고 보니 전자레인지가 아니라 금고라 배는 고프고 돈만 날리는 바보 같은 실수도 저지른다.

 

종합하자면, ‘낢 부럽지 않은 신혼여행’은 여행툰의 본질에 충실하지만, 부끄럽고 창피한 경험들을 ‘웃음’을 위해 내보이는 것도 망설이지 않고, 비록 명쾌한 답안을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20회도 채 되지 않는 분량 안에, 이렇듯 많은 것들이 꽉꽉 채워져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기존의 낢의 일상툰을 읽어왔던 독자라면 그녀의 정신적 성숙에 놀랄 것이요, 그렇지 않은 독자 또한 정갈하면서도 다채로운 풍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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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럽에서 100일

 

여행 웹툰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필자는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여행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여행이라는 사회문화적 행위를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여행에는 다양한 종류의 재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라는 어려움까지 겪게 되는 해외여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국’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큰 생각 없이, 유명한 관광지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발 가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마음 끌리는 대로 가는 자유 여행도 좋겠지만, 여행 이전에 ‘이야기’로서 기능하고, 재미를 줘야하는 ‘여행 웹툰’이라면 더더욱 목적성이 희미한 여행은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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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유럽에서 100일’의 목적과 테마는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남녀 주인공이 유럽으로 훌쩍 떠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자유여행’에 가깝겠지만, 대체로 계획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유럽 여행을 꿈꾸어 온 많고 많은 한국인들 중 하나. ‘선우지오’. 그리 특별할 게 없는 대한민국의 여성이다. 나이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데 대학생은 물론 아니고 그림을 업으로 삼는 프리랜서인 것 같다. 아마도 예전부터 유럽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나지 않아 ‘배낭여행을 떠나기에는 조금 늦은 나이지만’ 과감히 비행기를 탄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박하로’. 재벌 2세에 혼혈이라는 거창한 배경까지 타고났다. 얼굴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일단 보기만 하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얼굴을 붉히고 정신을 못 차린다. 재벌 2세라면 으레 그랬을 것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며 살아왔다고 하는데, 연상의 능력 있는 여자와 - 당연히 미인이다! - 연애를 하다 ‘카리스마가 없다’는 이유로 차이고 충동적으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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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둘은 정말로 ‘우연히’ 여행길에서 만나고, 어쩌다 보니 같이 다니게 되고, 그러다 또 친해진다. 자라온 환경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고 이색적인 존재인 만큼, 흥미를 느낀다. 그들이 낯선 땅에 매력을 느끼고 애써 찾아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것처럼 끌리고 있다. 하로의 잘 생긴 얼굴은 물론 덤이다. ‘지오’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미인은 아닌 것 같고, 길바닥에서 다소 바람직하지 못한 얼굴로 다니지만,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하로가 지오의 그림 그리는 모습에 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로처럼 눈에 띄는 사람은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없고, 주변에서도 온갖 자질구레한 간섭을 일삼기 마련이라, 지오와의 동행도 평범한 그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 특별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폼 나게 거슬리는 것들을 치워버릴 능력도 가지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파파라치와 자기 분수를 모르는 싸가지 없는 여자들 정도는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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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나고, 친해지고, 급기야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은, 큰 틀에서 내용을 살펴보면, 솔직히 말해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서민 여성의 연애는 물론 비현실적이다. 굳이 신데렐라 스토리가 등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배낭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런 어색함을 은근슬쩍 무마해주는 것도 같다. 한국에서 수천 km 떨어진 멀고 먼 이국의 땅, 그곳에서의 인연과 사랑은 그 자체로 낭만적이니, 그 낭만의 스펙이 좀 빵빵해도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우리가 여행지에서 보다 감성적이고 너그러워지는 것처럼, 재벌 2세들도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음이다.

 

여행이 새로운 나라, 새로운 문화, 새로운 세상을 배워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면, 그 속에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종류, 성격, 관계의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 가는 것이 큰 재미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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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100일’에 등장하는 인연과 만남이 바로 그런 재미이다. 우리가 흔히 ‘여행지에서의 인연’하면 떠올리는, 필력 좋은 여행 에세이에서 접하게 되는 현지인 내지는 다른 나라의 배낭 여행객과의 코믹하거나 훈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허허로운 두 청춘 남녀가 머나먼 타국 땅에서 우연히 만나, 처음에는 성격 차이로 티격태격하다가, 마침내 동행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가까워진다. 여행의 낭만에 더해진 또 하나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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