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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여중생 A» - 인간의 존재의의는 어디 있는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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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4회 작성일 24-05-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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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A» - 인간의 존재의의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누구나 사는 동안 한 번은 자기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고자 한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대체 어떨까? 허5파6은 «여중생A»를 통해 그러한 마음상태를 하나하나 톺아가며 그 마음 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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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A»의 배경

    «여중생A»의 주인공인 장미래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이에 무력한 어머니 사이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16세 여성이다. 친구가 없고 또래집단에서 겉도는 장미래는 문학과 영화,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에게 더 진짜같은 관계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장미래는 자신의 글에 관심을 가지는 반장 이백합과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하는 남자인 이태양을 만나게 되고, 한 편으로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그들과 관계맺기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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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과 컬러: 현실과 이상/욕망

    작품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라면 역시 주인공 장미래의 세계를 흑백과 컬러로 구분하여 묘사했다는 점이다. 장미래의 세계에서 컬러로 묘사되는 것은 게임과 문학, 영화인 반면 흑백으로 묘사되는 것은 이를 제외한 전체, 즉 장미래의 일상 자체이다. 이러한 표현상의 구분이 중요한 것은, 이 구분이 장미래의 감정 상태를 추적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표현 도구인 동시에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복선이기 때문이다. 작품 내에서 장미래는 스스로의 현실을 두고 “그동안 현실은 믿고싶지 않아서 믿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아가 게임에서의 인간 관계가 더 진짜같았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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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러한 장미래의 현실 인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한 개인에게 있어서 진실한 현실은 무엇인가? 즉, 내가 몸담고 있는 그 일상이 현실적인 것인가, 아니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과 욕망을 실현하는 세계가 현실적인 것인가? 장미래의 이상과 욕망은 진실한 인간관계이다. 즉,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받아들이고 받아들여지는 관계를 자신의 삶에서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장미래의 경험에서 장미래는 사랑받은 경험이 없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기 존재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세계인 문학과 영화, 그리고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장미래는 작가와 관계맺고(문학), 배우와 관계맺으며(영화), 타인과 관계맺는다(게임). 그것이 매개된 세계, 즉 이차적인 세계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장미래에게 있어 일차적인 세계는 ‘없는’ 것이고, 자기 자신조차도 현실감이 없는 존재로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장미래의 에고의 부재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구축한다고 할 때, 다시 말해 어떤 한 개인의 주관에 더욱 현실 ‘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취사선택하여 자신의 현실을 구성한다고 할 때, 그 구축된 현실은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에게 의미있는 것이 된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일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취미일 수도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 장미래에게 있어 - 그리고 사실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 그것은 ‘관계’이다. 그렇다면 장미래에게 있어 관계를 구축하는 세계인 이차적인 세계들이, 관계로부터 단절된 일차적인 세계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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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래의 연애감정이 의미하는 것

    이처럼 관계, 특히 의미있는 진실한 관계를 이룩하고 싶어하는 장미래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연애감정을 자각한다. 연애감정이란 본디 적극적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또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음으로써 타인을 전적으로 자신 안에 받아들이고 또 자신이 타인에게 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내밀한 관계에 대한 지향이기에, 장미래가 가진 관계의 결핍은 그 크기만큼이나 강렬하게 자신 안의 연애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장미래에게 있어 이 연애감정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현실같지 않은 일상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고,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존재 의의를 매개된 이차적 세계가 아닌 일차적 세계로서의 일상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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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동시에 장미래는 자기 안의 연애감정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부성은 물론 모성까지도 부재한 조건에서 성장해온 장미래는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과도 관계를 제대로 이룩할 수 없었기에, 타인과의 관계를 열렬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 크기만큼이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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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점에서 장미래가 이태양에게 갖는 감정이 극대화되며 이태양과 장미래가 컬러로 아주 조금 덧칠되는 장면은 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이다. 이태양에 대한 연애감정을 통해 장미래는 자기 자신의 존재의의를 일상 속에서 조금씩 되찾아갈 수 있었던 것이고, 자신의 삶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스스로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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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이태양에 대한 연애감정이 모두 부수어지고 아버지의 폭력과 가난이 자신이 처한 조건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때, 장미래는 자기 자신의 존재의의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장미래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론이 된다. 이태양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현실처럼 느꼈던 마음이 이백합과 이태양에 의해 부수어지고 나아가 자신의 자아를 의미하는 도서실마저 침범당하며, 집에 돌아와서는 아버지의 폭력과 자신의 가난을 다시금 자각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처해있는 조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장미래는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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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나의 일상은 끔찍한 현실인것으로서 드러나고 나의 이상과 욕망은 실현될 수 없는 것으로서 산산히 부수어졌을 때, 장미래에게 있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고 따라서 장미래의 선택은 도피라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죽음으로의 의지이며, 당시 장미래가 처해있던 조건에서는 차라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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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주제 : 관계와 존재의의

    그러나 그러한 절망의 끝에서 장미래는 자신의 존재의의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글쓰기를 통해 내일의 할 일을 만들어 나가고 현재희와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이 부분은 «여중생A»의 2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이 부분이 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리뷰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허5파6은 이 부분에서 장미래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일상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현실 세계에서의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자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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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1부에서 장미래가 죽음으로의 의지를 보이는 과정을 세밀하게 설명하고 묘사했던 것과는 달리, 장미래가 ‘살고 싶다’ 고 말하는 부분까지의 설명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 장미래 스스로도 알고 있듯이 수시로 반복되는 폭력과 극복 불가능한 근본적 조건으로서의 가난은 장미래의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런데 단 몇 번의 이벤트 (현재희와의 관계, 학교를 떠남으로서 겪는 공포,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만으로, 심지어 도피가 아닌 적극적인 죽음으로의 의지를 극복하고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는 것은 스토리의 정합성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아직 2부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여전히 장미래의 일상은 흑백으로 묘사된다. 그러한 점에서 여전히 작가는 장미래의 내면에 대해 묘사할 것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마냥 순탄하게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장미래가 처해있는 조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장미래가 맺고 있는 갸날픈 관계가 끊어질 지 모를 일이다.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장미래의 현실이 컬러로 묘사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장미래는 현실 안에서 자신의 이상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까? 그런 결말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런 바람과는 달리 언제나 냉혹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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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합의 캐릭터에 대하여

    «여중생A»에서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요소 중 하나는 이백합의 캐릭터이다. 이백합은 작품 내에서 장미래 다음으로 상세하게 묘사되는 인물로서, 장미래의 대척점에서 특히 ‘에고의 부재’를 보여주는 장미래에 대하여 ‘완전한 에고’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장미래의 존재가 이백합의 에고에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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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합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 장미래를 이해할 수 없으며, 장미래로부터 받은 ‘거부’와 ‘부정’의 경험은 아버지를 제외하면 처음 겪는 경험이 된다. 특히, 단지 글을 쓰지 말 것만을 주문하는 아버지와 달리, 장미래는 이백합과 그의 글의 특성을 ‘간파하는’ 존재이다. 장미래는 이백합에게 있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고, 또 한 편으로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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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에고’의 소유자가 ‘에고의 부재’를 보여주는 존재에게 기대와 두려움을 갖고 또 거부당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한 편으로는 장미래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처음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따라서 장미래와 이백합의 관계는 차후 작품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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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아직 작품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뷰의 맺음말을 쓰려니 대단히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중생A»는 그저 특정 조건 안에 있는 한 캐릭터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어리고 여린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작품에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건들에 대한 장미래의 독백과 1인칭 감정묘사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작중 주인공의 심리묘사인 것을 넘어서서,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에서 처한다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태, 나아가 자신의 일상에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이다. 허5파6은 그것을 장미래가 처해있는 극단적 조건, 즉 가난, 가정폭력, 나이어림, 여성 등의 조건 하에 놓음으로써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조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고통스러운 일상과 멀어보이기만 하는 이상 사이에서의 고뇌와 감정변화를 느낄 수 있다. 즉 ‘장미래’라는 캐릭터는 곧 ‘극단화된 나’ 혹은 ‘극단적인 조건에 처해있는 나’인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누구라도 이 작품 사이사이에서 장미래의 독백과 나의 마음이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적어도 한 군데는 있을 것이다.

    작품의 2부가 진행중인 현재, 장미래의 변화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그에게는 변하지 않는 조건, 즉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 그리고 가난이 있다. 그 조건이 언제 다시 장미래가 겨우 가지고 있는 관계를 단절시키고 다시 장미래를 홀로 두게 할 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 조건이 빠른 시간 안에 극복될 수 있을 리도 없다. 조건이 극복될 수 없는 한, 장미래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와 자신의 현실에 대한 긍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삶 자체를 긍정할 수 있을텐데, 그것이 관계맺기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허5파6이 그것을 어마나 치밀하게 풀어나갈지, 그리고 작품의 끝은 어떻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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