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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5회 작성일 24-05-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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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로드 무비일지 웨스턴 액션일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소재만으로도 탁 트여있으니 작품은 우리 속을 뻥 뚫어주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보기 시작한 [아시안 하이웨이]는 [매드 맥스]도 [놈놈놈]도 아니었고, 막연하게 밀려오는 감정에 대해 나는 아쉬움이라 말했다.


  현실을 기반한 가상은 '작품 내에서 드러나지 않은 모든 설정은 현실과 같다.'고 전제한다. 여기서 벗어나는 건 없다. 작가가 따로 언급해준 게 아닌 이상 세계관 내에 달에는 토끼가 살지 않고 바닷 속에는 아틀란티스가 없다.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우리와 같다. 작품의 내용 관계도 여기에 맞춰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데 조선족 3명이서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수십대의 트럭들 사이에서 무사히 물건을 훔쳐오기 위해선 더 자연스러운 전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도의 위혐이 전제되어있고 트럭들이 정말 중요한 물건을 옮기고 있다면 운송 측은 더 튼튼한 방비를 갖춰야 하는 게 당연하고 도둑단은 좀 더 전문적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작품 내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물건을 훔치는 방식은 조금 지나치게 쉬워보였다.


  몰입도는 여기서부터 떨어졌다. 두번째, 작 중에 레이저로 시술을 하는 검사기를 최초로 중국에 판매한다며 트럭으로 수출하는 데, 대 당 1억이라는 말을 듣고 이 3인조 강도는 털이에 나선다. 근데 이 리더는 그 전에 다른 장물에 대해 평할 때, 너무 눈에 띈다는 이유로 다른 제품을 알아보자고 말한다. 글허다. 중국에 최초로 판매되는 레이져 분석 의료 기기는 냉장고보다 더 팔기 용이한 제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단 근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날 설득할만한 근거는 되지 못했다.


  작품은 매사에 이런 느낌으로 진행된다. 자기만의 설득 근거를 내게 절대 알리지 않거나, 등장인물만 설득한 채 끌고 나간다. 이건 정말 보기 불편한 방식이다. 작품이 내게 무엇인가 강요한다는 건 참기 힘든 방식의 연출이다. 납득하고 이해하며 이야기에 끌려가야 하지만, 작품은 독자를 어거지로 끌고 나가려 든다. 자신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단 이유로 우리 목줄을 붙잡고 절벽을 건너지만, 우린 갑갑해서 작품을 제대로 볼수가 없다. 어쩌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품의 개연성은 구멍을 메울만큼 튼실하지 못했다.


  조선족은 어찌하여 한국을 증오하게 됐는가. 여기서 작품이 호기심을 유발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 호기심을 제시하는 것 뿐만하니라 풀어나가는 것이 작가의 일인 만큼 이런 아쉬운 설정과 마무리는 좋을 게 없었다. 조금 더 좋은 작품. 그걸 바란 건 잘못된 일이었을까. 아쉽다는 말로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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