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스포일러] 설명이 필요합니다 - 3P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본문
사이코메트리란 사물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사물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능력자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근데 사이코메트리의 능력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가령 책에 손을 댄다치면 책이 들어오는 과정까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과정? 아니면 책을 만들 때 사용된 나무가 묘목에서 점점 어른이 되는 과정? 만일 실제로 만난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아이고], [언더클래스 히어로] 등의 작품을 그린 김우준 작가의 장점은 유려한 액션신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세밀한 작화에서 뿜어져나오는 생동감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더클래스 히어로]와 같이 긴장감이 유지되는 액션 만화에 잘어울리는 작가지만 이번 작품은 두뇌싸움. 어째 노선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작품은 시작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호기심을 유발한다.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가 두뇌 싸움에 참여한다면? 이야 당연히 재밌겠지요!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인데! 그렇다. 사이코 메트리 능력자를 심리 싸움에 참여하게 한다면 온갖 상황 속에서 단서를 읽어내는 사이코 메트리 능력 활용의 진수를 볼 수 있었겠지만, 게임이 보물 찾기다. 세상에.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에서 가장 싫어하는 상황 전개가 눈을 뜨고 일어났더니 이세계의 신이 나타나서 내게 강력한 마법과 이성을 꼬실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인데 보물 찾기에서 사이코 메트리는 그 정도의 역할을 한다. 물건을 못찾겠다? 사이코 메트리로 찾는다. 누군가 내게 거짓말을 한다? 고민할 필요 없다 사이코 메트리로 읽으면 된다. 작품에서 두뇌 싸움도 단서 숨기기도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작품은 두뇌 싸움이 아닌 공감 요소를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는다. 작품의 제목 3P는 그 의미다.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감정이 넘치는 사이코 (psycho), 감정을 읽어 공감할 수 있는 사이코메트리 (psychometrist) 이 세 명이 서로 끌리는 과정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작가 후기에선 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감정이 넘치는 자야는 감정이 메마른 지원에게, 공감이 부족한 지원은 공감이 뛰어난 태훈에게,
태운은 예쁜 자야에게
하지만 작가의 해석임에도 이런 작품 해석에 나는 불만을 표하고 싶다. 작품 내내 주인공은 등장인물들과 전혀 공감하지 못했으며 사이코메트리는 일방적인 소통에 불과할 뿐이었다. 심지어 막판엔 이런 일반적인 대화 수단을 주인공 스스로 옳지않다 말하며 사이코 메트리를 자제한다. 이 캐릭터를 공감이 뛰어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가? 정의감이 넘친단 말엔 동의할 수 있지만, 오히려 가장 많이 부딪힌 만큼 공감과는 동떨어진 캐릭터였기에 나는 작가의 의도에 공감할 수 없었다.
스토리 라인에 있어도 작품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보물 찾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주고 이 상황에 따라서 한 명 씩 떨어트린다는 데, 이 쇼가 도통 재미가 없다. 나중에 편집해서 보는 시청자들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만화가 역시 독자에게 그 편집자 역할을 해줘야 하는 데 그게 되질 않는다. 프로게이머 팀원은 초반 2주동안 아무것도 안했으면서 높은 표를 받으며 올라갔다. 이 캐릭터가 어떤 판을 짰다는 걸 시청자와 함께 우리에게도 알려줘야 하는 데 알려주는 게 없다. 매 주 결과 투표에서 이 캐릭터는 이런 역할을 했습니다! 하고 짧게 설명해주는 게 끝이다. "여러분에겐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 캐릭터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만화에서 이런 식의 전달을 사용할거라면 차라리 귀여운 고양이 그림을 올려달라. 그리고 막컷마다 등장인물들이 뭘했다는 식으로 짧게 설명하라. 커다란 판을 짜면서 머리를 쓰는 캐릭터가 뭘 했든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면 사실 주인공이 뭘 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결말의 내용에 대해 뭐라하진 않겠다. 하지만 결말이 나는 방식이 최악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얽혀왔던 앙금에 대해 아무것도 풀지 않고 끝났다. 악당이어야 될 인물이 이해받고 끝났다. 주인공은 사이코패스와 두뇌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요. 끝까지 사이코메트리 하나로 간편하게 작품을 해결한다. 두뇌 싸움도 치유물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서 작품은 그렇게 끝났다. 모든 일이 싱거운 대화로 끝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창작물에서 그건 재미없다. "놀랍게도 전혀 화가나지 않았다." 이런 감정의 흐름으로 침착한 대화를 하는 건 그만두자. 우리, 가끔은 멱살을 잡자.
- 이전글광고는 모르겠고 귀엽다 - 아이오, 아이티! 24.05.27
- 다음글[레진코믹스] 크리슈나 (2014) 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