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슈퍼시크릿» - 장르와 캐릭터에 충실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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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시크릿» - 장르와 캐릭터에 충실한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어떤 작품이든 작품 속 인물들은 정말로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전형적인 ‘캐릭터’로서 등장한다. 그 전형성은 ‘아주 흔하거나’, ‘아주 드물거나’ 둘 중 하나인데, 다시 말해 그 캐릭터로서 가질 법한 흔한 특징을 갖거나, 혹은 그 캐릭터의 역할 상 갖기 어려운 드문 특징을 갖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어중간한 특징들은 작품에서 부각되기도 어려울 뿐더러 독자를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흔한 특징들은 독자에게 공감과 감정이입을, 드문 특징들은 동경과 선망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한 가지 특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몇몇 흔한 특징들과 몇몇 드문 특징들을 모두 가질 수밖에 없고, 작가는 이러한 흔한 특징들과 드문 특징들을 적절히 섞어 세계관을 짜고 캐릭터를 설정한다. 그리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이 ‘아주 흔하다면’ 리얼리즘이 되고 ‘아주 드물다면’ (현실이든 가상이든) 판타지가 되며, 한 작품은 이 양 극단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갖게 된다.
«슈퍼시크릿»의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캐릭터의 전형성’과 나아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전형성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잘 구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새롭게’ 구성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여주인공 ‘은호’와 남주인공 ‘견우’, 안티히로인 ‘이나’와 안티히어로 ‘승우’ 모두 평면적인 캐릭터인데다 역할도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어리숙하고 눈치 없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주인공과 답답하고 소극적이지만 헌신적이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남주인공, 게다가 진심이 아닌 다른 이유로 여주인공에게 다가가지만 나중에는 진심으로 빠지게 되는 안티히어로와 그 안티히어로때문에 여주인공에게 적대적인 안티히로인에 이르는 캐릭터 설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숱하게 봐온 이야기의 기본 틀이다. 사실 이 구조에 가족간의 비밀과 기업 내 갈등이라는 요소만 넣으면 그럴듯한 아침드라마가 되지 않는가? 또한 인간사회 안에 사실은 몬스터가 섞여있다는 설정도 참신하지는 않은데다 이 설정 자체도 극의 필연적 요소는 아니다. 즉 이 설정이 극에서 빠지고 다른 설정으로 바뀐다고 해도 극의 중심 구조가 크게 훼손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설정은 작품을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만들기 위한, 설정을 위한 설정이다.
▲ 견우가 ‘몬스터가 아니면 안되는’ 이유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시크릿»은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와 캐릭터에 충실한 ‘잘 구성된’ 작품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놓치는 것도 없으며, ‘일상 속의 이벤트’로서의 이야기 전개는 독자가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또 주변인물들 간에 구성되는 관계들이 꽤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핵심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세밀하게 잘 구성되어 있다. 은호가 승우와 만남으로써 나와 상대의 마음이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과정이나, 견우가 승우 및 이나와의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확신을 갖게되는 과정 등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은호와 견우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지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드러내보이는 것 이상으로 각자가 각자의 마음에 확신을 갖게 되는 과정이 세밀하게 서술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로맨틱코미디로서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은호와 견우가 각자의 마음에 확신을 갖고 연인이 되는 부분의 서술을 특별히 언급할 만하다. 은호는 자신의 마음이 견우와 같아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고 견우는 은호가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것은 적어도 전통적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행동은 아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마음과 의지가 관계 성립의 핵심이 되고, 무엇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서술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전형적인 여성상과 남성상이 부서지는, 정확히는 남성상이 부서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반하고 좋아하게 되고 마음을 전하는 남성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여성이라는 대중문화에서의 ‘역할 분담’이 거부되고,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상대의 의중을 존중하고 마음과 의지를 확인해야만 제대로 된 연애 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가?’의 확인 이상으로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심도있게 서술된다는 것, 이것이 이 작품을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만들어준다.
▲ 은호의 확신이 비로소 연애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은호에게 견우가 어떤 존재인지를 묘사하는 장면이 앞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은호와 견우가 연인이 되는 장면에서, 은호는 견우에게 첫사랑이자 소꿉친구이자 애인인,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장면은 로맨틱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상투적이기도 하다. 물론 클리셰 없는 작품은 없고, 또 이야기의 진행 상 부자연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은호의 마음이 섬세하게 서술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클리셰 그 이상’을 작품 안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은호와 견우는 해피엔딩을 맞을 것이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작품이 다른 작품들과 달라지기 위해서는 클리셰 그 이상을 작품 안에서 묘사해야만 한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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