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생존인간 - 지구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만은 아닐지도..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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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작가는 특이하다. 스토리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컬러 만화의 홍수 속에서 흑백을 고집한다.
그의 기괴한 스토리는 신경을 긁는듯한 화풍과 함께 어우러져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디디 작가는 장면 연출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데 인물을 위해 배경이 존재하는 느낌보다는 배경에 인물이 들어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의 동작이나 느낌도 훨씬 자연스럽다.
(큰 그림의 구도를 먼저 짜놓고 등장인물이 들어가는 방식은 영화를 보는듯하다.)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자연 교육 고등학교. 한가한 주말 오후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한 상태. 몇몇 학생들만이 학교에 남았다. 저마다의 사연들로 집에 가기 싫어 남은 학생들 중 주인공 윤나영은 그 이유가 좀 남다르다. 돌아가신 아버지. 집에 가면 아프신 할머니.. 그녀를 집에서 기다리는 것은 끝이 없는 집안일, 병든 할머니, 아르바이트.. 엄마가 외지에서 돈을 벌어서 보내지만 그 돈으로는 할머니 약 값도 모자란다.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에 오른 학생들. 그리고 끊겨 있는 다리.. 어떻게 끊긴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채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사감 선생님은 주말 동안 학교에 학생들을 잔류시키기로 결정. 비가 몹시 쏟아지던 토요일 저녁.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사람의 형태를 한 수상한 세 명의 생명체가 운동장에 들어서게 된다..
생존 인간은 전작 ‘관찰 인간’ 과 연장선 상에 있다고 봐야 될 것 같다.
전작 ‘관찰 인간' 은 인간 자연발화 같은 미스터리 한 현상 혹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보통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을 인간과 전혀 ‘다른' 종족이며 다양한 동물들의 부위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여러 시대에 걸쳐 생존해 왔고 또 진화해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조상은 심해에 살고 있는 생명체로 그려지는데, 최근 인간의 조상은 물고기라는 학설이 나온 것을 떠올려보면 ‘어쩌면' 인간 외의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같이 공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력을 묘하게 자극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인간의 착각과 오만함을 경계하는듯하다.
디디 작가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너무 어렵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스토리와 이 ‘만약에'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들을 한데 잘 묶어 잘 버무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웹툰 ‘생존 인간' 편에서 작가는 진화를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흡수하는 괴생명체들과 학교라는 갇힌 공간 안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을 ‘관찰' 하며 폐쇄된 공간에서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공포라는 장르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뇌리에 각인된다. 디디 작가는 그걸 영리하게 잘 풀어내가는 능력이 있다. 모든 연령을 아우르는 팬층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그. 어쩌면 사회 모든 현상들을 관심 있게 ‘관찰' 하는 조덕제 작가 덕분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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