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어쿠스틱 라이프>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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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하나 가정해보자. 여러분들은 사람들 앞에 서 있다. 강연장일 수도 있고, 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소개팅 장일 수도 있고, 학교를 옮기게 되어서 처음으로 새로운 교실에 있는 교탁 앞에 서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를 기대한다. 그게 어떤 내용이든. 여러분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편 뚝딱 만들어서 들려줘야 한다. 아, 주제는 나에 대한 이야기.
생각보다 스스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나 자신은 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 텐데도 내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렵다고. 뭔가 이상한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어려운 것 같기는 하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전학을 가거나, 굳이 전학을 가지 않아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찾아오는 무시무시한 자기소개 시간.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안녕 내 이름은 이거고, 내 취미는 이거고.”하는 그 지옥의 시간. 나는 그래서 항상 부럽다. 자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더 나아가 재밌게 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여기 <어쿠스틱 라이프>가 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웹툰이다.
<어쿠스틱 라이프>는 생활 만화다. 시작부터 남편과 결혼하게 된 이유를 “있지~ 어제 아빠가 그러시는 데에~ 너랑 계속 사귈 거냐고~ 별다른 여자 없으면 너랑 그냥 결혼하래.”라고 세련되게 설명하는 속이 시원한 생활 만화다. '너를 죽도록 사랑해. 너 없이는 안 되겠어.' 하는 애정이 뚝뚝 흐르는 프러포즈 대사도 아니고 이렇게 힘 빠지는 대사라니! 나는 그래서 남자친구와 결혼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결혼을 했다고 말해 놀랐다. 하긴 그렇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니.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으며 다이아몬드를 내미는 일도, 크게 성을 내면서 뺨을 후려치는 일도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날 리가 없다. 드라마는 공상 과학이다. 나오는 사람들만 우리랑 비슷할 뿐, 그런 일은 내가 살고있는 나의 인생이라는 이 현실에서 일어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잘생긴 남자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설레했다가도 엔딩 크레딧이 나오면 속이 허했던 걸까? 이 웹툰에는 내숭은 없고 재미는 있다. 재미는 없고 내숭은 있는 편보다 훨씬 낫다. 이상하게 참치 캔 하나 통째로 김치찌개에 넣었는데 막상 다 끓여서 먹으려고 하면 없고, 다이어리 적은 목표들은 늘 이루지 못하는 그런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면 대부분이 공감할 그런 내용 말이다.
이 웹툰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난다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징크스가 하나 있다. 자신이 무언가 좋아한다고 선언하면 그때부터 망하는 징크스. 좋아해서 오래 먹고 싶다고 선언한 메뉴는 사라지고, 오래 하겠노라 마음을 먹은 취미 같은 것들은 사고가 나서 다친다든가 하는 이유로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이 내용을 보면서 탄식을 내뱉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최애는 항상 탈퇴하거나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이를 먹었음을 느낄까. 거울 앞에서? 아니면 더는 갈색이었는지 베이지색이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교복에 대해서? 난다는 부모님에게 효도 쿠폰을 드리는 대신에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쿠폰을 내민다. 집안일 면제 같은 그런 내용. 효도 쿠폰이랑 비슷하긴 하지만 아주 다르다. 나도 언젠가 내 남편에게 이런 쿠폰을 내미는 날이 오겠지. 이제 우리에게 효도 쿠폰은 오래전의 추억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집안일로 티격태격하다가 쿠폰 제도까지 도입하고, 서로 맞으면서도 맞지 않는 것 같은 생활 패턴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 같다가도 부부는 찰떡같이 붙게 된다.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귀 파는 건 30년 전이랑 똑같을까?” 둘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버튼을 꾹꾹 손가락 아프게 눌러야 메시지를 적어 내려갈 수 있었던 휴대폰은 이제 터치 하나로 끝을 낼 수 있고, 꼭 침대에 누워 자리를 잡고 나서야 끄고 싶어지는 불을 위해서 형제, 자매들을 애타게 불러야 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인공지능 서비스에게 부탁한다. 그래도 우리는 귀는 나무로 판다. 그래, 이렇게 발전되지 않는 게 있어야 우리가 서로에게 공감을 하지.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는 난다 본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남편 한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군은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했는데, 가장 슬펐던 기억이 아빠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주었던 게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일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여자, 남자 화자 모두 등장해서 성별에 상관없이 공감할 수 있다. 여러 독자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웹툰이라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다.
단순히 성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도 나온다. 난다의 남동생은 미용에 참 관심이 많다. 재밌게 받아주던 난다도 귀찮아하는 티를 내지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말에 귀를 다시금 기울인다. 혹,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 속상했다면 방에서 축 쳐져 있을 필요 없다. 여기 <어쿠스틱 라이프>가 당신의 라이프를 공감해주고 함께 웃어줄 테니 말이다.
친구랑 여행을 가면 싸운다는 국룰이 하나 있다. 이건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긴, 가족끼리 여행가도 한 명씩 투덜대다가 불화산 마냥 터지니 말이다. 난다와 한군은 여행을 가서 벌어지는 작은 사고들에 짜증을 내지만 결국 맥주 한 캔에 화가 풀리고 만다. 우리들 인생이 다 이런 게 아닐까? 죽을 만큼 미워하고, 안 볼 것같이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는 그런 것. 일상의 공감을 얻고 싶으면 다음 웹툰으로 오라. <어쿠스틱 라이프>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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