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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에 맞서는 팩트 폭력기, <비극의 단편들>
케이툰 월요웹툰 연재완료
글/그림 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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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살다보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불편한 진실이라 함은 말 그대로 껄끄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진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뜻한다. 케이툰 <비극의 단편들>은 우리 세대가 살면서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각양각색의 ‘불편한 진실’들을 있는 그대로, 필터링 없이 묘사해내고 있다. 따라서 본 작품은 하나의 유기적인 스토리가 큰 틀을 이루는 대신 총 7개의 단편적인 에피소드가 저마다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7편의 에피소드 중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던) 에피소드 두 편을 맛보기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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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십맨의 죽음 : 누구를 위한 가십인가
<비극의 단편들>의 제일 첫 번째 비극, ‘어느 가십맨의 죽음’은 가십맨 G의 주변 사람들이 G에 대해 이런 저런 가십을 던지며 시작된다. “G는 어떤 사람이냐”는 누군가의 질문에 사람들은 신이 나서 대답한다. X신, 밥셔틀 선배, 술 먹을 때 씹기 좋은 안주, SNS에 오글거리는 글을 쓰는 사람, 등등. 평범한 대학생인 가십맨 G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름 대신 엄청난 수식어와 욕지거리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 건 벚꽃 엔딩이 울려 퍼지는 어느 봄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차림으로 캠퍼스에 등장한 G. 그리고 그의 옆에는 G의 손을 잡고 수줍게 웃고 있는 여대생이 있었다. “G가 연애를 하다니!” 사람들은 ‘모두를 위한 바보’ 역을 자처하던 G가 여자 친구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하지 못 하면서도 ‘G의 연애’에 관한 가십을 퍼뜨리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일상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대화속에서 이유 모를 지루함이 깃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지루함의 이유를 찾지 못 하면서도 버릇처럼 G에게 연락을 하며 가십 거리를 찾아내려 애를 쓴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G는 밥 사달라는 후배의 톡을 거절하고 술 마시자는 동기의 유혹을 뿌리치는 등, 더 이상 예전의 G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은 가십을 만들어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G의 집에 찾아가기까지 하며
다짜고짜 달라진 G의 태도를 운운하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그러다 더 이상 씹고 뜯을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버린 이들은 G를 향해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G의 연애를 막아야겠노라고. 결국 그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G를 조롱하기 위한 SNS 페이지를 만든 것이다.
‘G가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흥미와 즐거움을 위해 G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데 일조한다. 가벼운 엽기 사진으로 시작하여 고백을 거절당하는 영상, 군대에 있던 시절 찍혔던 굴욕 영상, 여자 친구의 신상 정보까지. 게시물의 수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좋아요 수도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지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다 괜찮을 거라며 G의 등을 토닥이던 여자친구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고,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우리의 가십맨은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G’들이 있다. 악플을 달고 살아야 하는 아이돌 G, 술자리에서 안주 거리로 빠지지 않는 교내 캠퍼스 커플 G, 사내에 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소문에 휩싸인 채 묵묵히 일을 하는 회사원 G. 가십맨 G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없다. 우리는 가십맨 G가 되어 형체 없이 돌아다니는 가십에 고통 받았을 수도 있고, G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가십의 창조주가 되어 마음껏 G를 씹어댔을 수도 있다. 이는 필자가 본 에피소드를 마냥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는 몇 명의 G를 만났을까? 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가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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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 변해버린 두식이들
두 번째 비극,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가상의 부대 내 1소대를 배경으로, 군대 내에 잠식하고 있는 부조리한 관습과 문화를 풍자한 에피소드다. 본 에피소드는 명확한 주제 의식에 알맞게 한가로운 일요일에마저도 이등병 고참 삼총사가 몇 개월 차이 나지 않는 후임 이병의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폭력에 정당성은 없지만, 어쨌든 그들에 의하면 사건의 원인(?)은 이병인 병수가 종교 행사에서 선임들의 간식을 챙겨오지 않았다는데서 기인한다. 그렇게 ‘간식 사건’ 이후부터 앞서 언급한 삼총사가 병수를 비롯해 후임 이병들의 군기를 잡는 것(이라고 쓰고 ‘때린다’라고 읽는다)은 일상이 된다.
삼총사의 악행 또한 누군가를 탓한다면 5개월 차이나는 맞선임 정찬에게 혹독하게 군기를 잡힌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끝이 없으니 이쯤에서 멈추자.) 그러나 남들보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이 더뎌 잦은 실수를 저지른 병수로 인해 후임 이병들을 향한 삼총사들의 가학 행위는 멈출 길이 없었다. 삼총사가 일병으로 진급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1소대에서 ‘간식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터진 건 관심 병사로 낙인찍힌 병수가 첫 위병소 근무를 설 때였다.
모두의 불안에 기대를 져 버리지 않겠다는 듯 근무를 서던 중 잠이 든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당직사관에게 단단히 혼이 난 권재혁 병장의 화살은 밑후임인 상병들에게 향했고, 상병들은 일병에게 다시금 손찌검을 가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결국 1소대 내 피라미드식 부조리는 멈출 줄 몰랐고 폭행은 더욱 심각해져갔다. 그러던 도중, 부조리의 재앙을 잠시나마 멈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김 이병 총기난사 사건'.
헌병대는 각 부대로 감찰을 돌며 부대 내 병영 부조리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물론 설문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부조리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병수에게 크고 작은 압박이 가해졌다. 위 컷만 보아도 1소대에서는 모두가 합세하여 부조리를 지키려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나름의 ‘권선징악’은 이루어졌다.
징계위원회가 열린 것이다. 병수가 고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 모든 장면들을 목격한 누군가가 고발을 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영창행을 면하지 못 했다. ‘병수 사건’은 한 부대가 공중으로 사라지고 중대가 개편 될 만큼 엄청난 사안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중대가 만들어지면서 그 사건도 서서히 잊혀져갔고 다시금 보이지 않는 부조리는 시작됐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동시에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병수의 동기인 두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병영 내 부조리에 부당함을 느끼던 두식이 괴롭힘과 폭행을 정당화하며 변해가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같은 동기로서 병수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낄 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병수와 함께 묶여서 혼나는 시간이 잦아질수록 두식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기 시작한다. 이는 8화 ‘정병수는 합당한 심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라는 두식의 독백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결국 가상의 1소대가 아무 것도 변할 수 없었던 이유는,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두식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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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두 편의 에피소드를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해보았다.
본 리뷰에서는 <비극의 단편들>에 등장하는 7편의 에피소드 중 두 편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짚어보았다. 첫 번째 에피소드 ‘가십맨의 죽음’은 주변인들이 만들어내는 가십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평범한 대학생 G의 이야기가, 두 번째 에피소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병영 부조리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특별한 누군가가 주인공이 아닌 우리 모두 겪을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과 그 사건들이 모두 ‘불편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진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또 스스로를 경계하게 한다.
우리는 어떤 비극의 단편에 살고 있는가.
혹여나 우리는 우리 스스로 혐오하던 존재가 되어있지는 않는가.
던져진 질문에 대답해야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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