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부탁해요 이별귀 - 질긴 인연의 끈을 잘라버리면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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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참으로 특이하고도 종잡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그저 물 흐르듯 이어지고 또 어떤 때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도 헛된 시도만이 반복될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었으니 오죽할까.
인연(因緣)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자연히, 인연에서 비롯된 문제도 다양할 것이다. 연인 간의, 가족끼리의, 직장에서의, 사제 간의 인연과 다툼이 같을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연을 다루는 이야기도 무수한 가지를 뻗칠 수 있다. 그중에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미 끊어져버린 인연을 소재로 삼은 경우도 많이 있다. 죽은 사람들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살아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신선했을 이런 창작물들은, 유감스럽게도 살아있는 관계들만큼이나 많이 만들어 지면서 그 자체로는 진부함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어떤 ‘놀라운’ 소재이든 간에 단지 소재만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부탁해요 이별귀’ 도 죽은 사람들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귀신들끼리 치고 박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 대부분 그러하듯 죽은 사람이 산 세계에 가진 미련이 중심이 된다. 이미 죽어 흙이 된 귀신들끼리 쌈박질을 해봤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부탁해요 이별귀‘의 특이한 점은 인연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사람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길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화해와 용서도 있겠고, 문명 이전에 그러했듯 물리적인 폭력으로 결말을 볼 수도 있을 것이며, 어쩌면 - 이것을 ‘해결’ 이라고 부를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 그냥 서로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고 남남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이 웹툰에서 주인공들, 이별귀들의 대장(이별鬼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셋 다 귀신들이다)‘이별이’ 와 그녀의 부하인 ‘동년이’ 와 ‘망신이’ 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관계에 대한 극심한 회의가 들고, 믿음이 깨졌을 때, 찰나의 순간 나타나는 ‘인연의 실’ 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인연의 실이 강제로 끊어지면 질겼던 인연도 사라지고 사람들은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자연히 ‘이별귀’ 에게 ‘부탁하러’ 오는 의뢰인들이 원하는 것도, 또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든 그렇지 않든 독자들이 보게 되는 결말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다. 옴니버스식 구성에 아직 하나의 에피소드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렇다. 사람들 사이의 인연을 물리적(혹은 영적?)으로 뎅겅 잘라서 끝장내 버리는 귀신들의 행사에 무슨 행복한 결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단순히 ‘죽은 사람의 미련에서 비롯된 문제’ 라고 정의하기에는 너무 과격하고, 괴상한 사건이었던 것 같지만, 그럼에도 작품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앞서 설명한 특징들은 말하자면 이야기가 구체화 되지 않아도 ‘설정’ 의 수준에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뒤집어 말하면 설정이 아무리 뛰어나고 효과적이어도 그 만한 수준의 전개와 갈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행히도, ‘부탁해요 이별귀’ 는 그럭저럭 성공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별귀들을 찾아온 갈등은 사실 전형적이었지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충만했고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 이를 폭발시키는 기술도 훌륭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풀어놓는 것도 좋겠지만, 이야기의 특성상 아주 작은 누설(?)에도 감상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반론에서 그치는 게 좋겠다. 분명한 것은 얽히고설킨 인연 중에는 어쩌면 부드럽게 풀어서 곱게 이어주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노력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고,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을 수도 있고, 인연의 늪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풀어버릴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치하기에는 그로 인한 희생이 너무 크다. 인연을 맺고 끊고 반복하는 과정이 곧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일진대 영영 풀리지 않는 굴레에 묶여 살아가기는 너무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이별귀들은 그럴 때 나서게 된다. 풀 수 없는 인연의 실을 과감하게 잘라버린다. 때로는 부드러운 손길보다 과감한 칼날이 더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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