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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8회 작성일 24-05-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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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기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향일 것 같다.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머리 아픈 향수 냄새를 싫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많았던 반면, 여성들은 오히려 남성의 향수 냄새에 호감도가 급상승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뭐 굳이 나누자면, 강한 화장을 싫어하는 남성들은 강한 향도 싫어하고 은은하고 여성스러운 것을 선호하고, 강한 화장의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는 여성의 향수 냄새에 거부감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남성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여성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향수 냄새를 자극적으로, 또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향에는 어떤 야릇한 느낌을 주는 것이 있어서 제대로 된 향 - 자신에게 맞는 시그니처 향수만 잘 고른다면, 상대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단, 자신의 몸이 지성인지, 건성인지 동물성 향이 어울리는지, 향이 자신의 몸에 얼마간 지속되는지 정도를 꼼꼼하게 체크해 주면서 향수를 뿌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어야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말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조향사를 꿈꾸는 유민희에게는 적어도, 무헌의 존재가 그렇게 두근거리게 다가왔다. 첫사랑 못지않은. 향으로 영원히 그녀의 기억에 각인될 무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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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의 이무헌. 그가 만난 동갑내기 여자 견시내 무헌은 2년 전 실연의 상처를 시내에게 치유받았다. 무헌은 어떻게 보면 참 찌질한 사내다. 시내를 처음 만난 날 그는 ‘저런 애랑 사귀면 내 인생의 급이 좀 오르려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의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여자친구 시내는 예쁘고, 착하고, 돈 잘 벌고, 몸매 좋기까지 하여 미드의 주인공을 보는 느낌이라 했다. 한마디로 현실성 없는 완벽한 여자라는 소리일 것이다.

 

이런 그녀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친구에게 소개받은 22살 여대생 유민희의 과외를 맡게 된다. 자신도 알고 있다. 자신의 상황이었으면 자신은 질투로 미쳐버렸을 거란 걸.. 그런 그가 여자친구가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더 이상 예민하게 굴지 않는 성격으로 바뀐 것은 매사에 쿨한 그녀의 성격 탓에 자신도 쿨하게 변한 것이라고 무헌은 믿고 있다.

 

대학생이 무슨 과외를 받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민희는 오래전부터 조향사가 되고 싶었고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가까스로 편입을 하였고, 그녀는 향료와 화학 공부를 혼자 하기에 벅차 과외를 받기로 결심하게 된 것.

 

남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끌어나가는듯한 연출이 웹툰 곳곳에 깔려있다. 그가 그의 여자친구 시내를 만나기 전 받은 실연의 상처는 아마도 그녀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고, 그런 그를 지나가는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질투가 날 정도로 예민하게 만든 것도 전 여자친구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여자친구를 옆에 두고, 민희 같은 타입은 여자로 생각되지도 않는다면서 가볍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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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헌은 학창시절 나름 1등을 놓친 적 없는 수재였다. 어려울 것 없던 그의 삶이 어려워진 것은 대학 졸업 이후 2년 동안 취업이 힘들었던 그런 자기 자신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제일 힘든 것은 그 자신이다. 그녀의 여자친구는 이제 그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좀 가져오라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누구보다 더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데.. 여자친구처럼 운이 좋아 졸업하기도 전에 외국계 기업으로 스카우트되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케이스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천재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천재들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을 거다. 게다가 우리가 모두 천재였다 하면, 그건 또 거기서 천재들끼리의 경쟁이 되니 다시 평준화가 되며 천재는 더 이상 천재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때. 자신은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감사하며 살수 있는 삶을 살수 있다면.. 무헌은 현실적으로 그를 옭아매는 모든 것이 힘들기 때문에 자신이 벼랑 끝에 서있다고 표현한다.

 

뒤를 바라보면 온갖 달콤한 것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유민희도 포함되어 있다. 매일의 각오와 다짐을 적은 포스트잇이 빼곡한 숨 막히는 그의 방을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힘든 상황 속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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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행복 이전에 의리와 결과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유민희의 존재는 그에게 도피처 같은 역할이었을지도 모른다. 쿨하지 않지만 그에게 질투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더욱 어색하게 행동하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그런 행동 때문에 상처받는 무헌.. 그들은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서로에게 지쳐있었고 괜찮은척하려 했다.

 

하지만 그 감정의 수포가 터지며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은 민희의 등장 때문이었다. 오래된 연인이 있거나, 오래 묵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아직 남아있다면, 이 작품으로 인해 따스한 여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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