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미쳐 날뛰는 일상에서 더 미친 일상으로 : <미쳐 날뛰는 생활툰>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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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날뛰는 일상에서 더 미친 일상으로
: <미쳐 날뛰는 생활툰>
살아가면서 본인에 대해 명백하게 알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 삽입되고, 우리는 평생 우리 자신을 탐구하며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본인의 일상을 그린다는 건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 기록이 사람들에게 보여질 때, 사람들에게 보여지길 원할 때, 말하자면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를 원할 때 잘못 쓰여진 기록은 그대로 창작이 된다.
일상툰이란 것은 기록물로 보여지기 쉬우나 창작의 영역에 포함된다. 기실 일상이란 건 사람들에게 보여질 정도로 즐거운 것이 아니며 아주 사적이고 아주 어두운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사적이지 않게, 그리고 재밌게 가공시켜서 내보내는 것이 일상툰이다. 일상의 기록을 창작하는 행위에는 필히 거짓이 가미된다. <미쳐 날뛰는 생활툰>의 주인공 김닭은, 무거운 판타지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채 일상툰을 시작한 웹툰 작가이다.
귀여운 그림체로 시작한 이야기는 김닭이 그리는 일상툰과, 그리고 김닭 본연의 모습을 혼재하여 진행된다. 귀엽고 깜찍하게 가공된 그림체는 일상툰의, 그보다는 더 어두운 색채와 조금은 더 실제에 가까운 그림체는 일상의 모습이 된다. 일상 속 김닭은 일상툰을 그리며 자신의 주변 인물들과 자신 스스로의 모습을 차용한다. 3화 정도 올렸을까, 귀여운 그림체와 이야기에 그녀의 일상툰이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일은 시작된다.
개그스러운 일상툰은 결국 '과장'과 '허구'가 가미된다. 우리는 수많은 일상툰에서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에 그려내는 것을 보았다. 김닭의 동아리 선배 중 하나도 이런 일상툰들에 대해 강력하게 말한다. 인생의 몇 가지 재밌는 소재가 떨어지고 나면 결국 캐릭터만 남고, 과장과 드립만이 남는 것이 '일상툰'이라고. 일상의 사람들을 팔면서 즐겁게 희화화하는 것. 그 일상 속에 있는 자기자신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하고 일종의 '모에화'로서 사용하는 것. 모든 일상툰이 그렇게 되지는 않지만 김닭의 일상툰은 확실히 그런 노선을 따른다.
김닭의 만화 속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망가진다.' 본인은 선을 지킨다고 이야기하지만 합의되지 않은 인물들은 불쾌함을 느끼고 이것이 결국 문제가 된다. 그녀는 친구를 잃고, 과 사람들과 불화를 빚고,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방 안에 틀어박힌다. 그리고 마침내, '김닭의 일상툰에 대한 폭로문'이 올라온다. 일상을 잃고 일상툰밖에 남지 않은 김닭에게 일상툰까지 잃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무너진다. 폐인처럼 방 안에 틀어박혀 언니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때까지 구제불능의 상태가 된 채로.
후에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김닭이 '무거운 건 더는 싫다, 가벼운 일상을 그리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가 무거운 판타지에서 벗어나 가벼운 일상툰으로 노선을 갈아탄 이유이다. 망가진 일상을 대신할 즐거운 일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벼운 일상툰'이라는 것은 없다. 우리의 일상은 분명 가볍고 즐거워보이는 일도 존재하나 기본적으로는 무겁고 우울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 우울한 일상을 가볍고 즐겁게 그리려면, 거짓을 말하거나 과장을 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 존재로 포장하는 것, 이것이 스스로에 대한 미화이며 '주변 인물을 파는 행위'를 통한 자기 미화와 함께 현실이 아닌 창작품과 공상에 의존하여 찾아지는 위안이 어떠한 형태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언니가 뻗은 손으로 인해 김닭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독자와 함께 마주한다. 그녀가 맞이한 현실이 얼마나 슬프고 참담하더라도. 우리는 창작의 틈에서도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현실에 눈 돌리고 그리는 모든 이야기는, 간혹 즐거울지언정 결코 즐거운 이야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쳐 날뛰는 생활툰>은 네이버 완결웹툰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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