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모기전쟁, 사실 모기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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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즈음에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유튜브를 애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유튜브에서 자주 시간을 죽이고 하는데요. 구글이 몇 년 전부터 주구장창 밀고 있는 예의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건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광고를 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웹툰 광고도 종종 보이더군요. 정확히는 레진코믹스의 광고라고 얘기하는 쪽이 맞지 않나 싶은데, '모기전쟁'이라는 작품이 아마 레진의 유튜브 광고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광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적지 않은 돈이 들었을)유튜브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모기전쟁'을 읽어보려고 마음먹은 건 유튜브 덕분이 맞습니다. 제법 흥미로워 보이게 잘 만들었더군요.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제목은 <모기전쟁>이고, 광고에서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생물 모기 ~ 모기에 의한 위기'를 운운합니다만 사실 모기는 별로 상관이 없어요. 모기에 의한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흔히들 모기가 치명적인 독을 품게 되었다든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을 퍼뜨리고 있다든지 뭐 그런 위기를 떠올리겠지만(저도 그랬습니다) 모기전쟁은 그런 통념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기는 그냥 인류를 적대하는 외계 생명체 비스무리한 어떤 존재에요. 생긴 것부터 모기는 커녕 곤충의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얇은 천을 머리부터 뒤집어 쓴 이족보행의 괴물들 정도? 1편에서는 모기들이 사람의 피를 빨아서 DNA를 축적, 변이를 거쳤다는 별로 그럴 듯하지 않은 설명을 제시합니다만, 과학적 정합성을 차치하더라도 이 경우 굳이 모기일 필요가 없겠죠. 변이의 주체는 <조의 영역>처럼 물고기가 될 수도 있고 인간들에게 학대당하던 애완동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인류의 지혜를 습득해 온 개미들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뭔가 본격적인 모기에 의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기대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주의를. 다시 정리하자면 <모기전쟁>에 등장하는 모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기가 아니라 지구를 침공한 외계 생명체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이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죠. 작품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모기와 인류의 전쟁은 후자 쪽의 패배로 거의 정리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살아남은 인간의 숫자는 극히 적고 반면에 모기는 인간을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거든요. 인류의 남은 희망은 단 하나. '변이'가 일어나기 전 그것을 미리 눈치챈 '박사'의 연구기록입니다. 사라진 그의 연구 소재지를 발견한 인류는, 잔존한 병력들을 모두 긁어모아 모기들의 주의를 끄는 한편, 극소수의 정예부대를 투입해 박사의 연구기록을 회수하고자 합니다. 이 '정예부대'에 바로 주인공, 키세스가 속해 있고요.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최소한으로 내용을 설명하자면, 5편 안에 인류는 그 희망을 되찾습니다.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긴 한데요. 김 박사의 연구기록을 - 정확히는 인간의 범주를 탈피해 버린 김박사 본인 - 되찾는 과정에서 장엄한 전투와 불가피한 희생이 있었고 변이된 모기는 고사하고 거의 무슨 악마에 가까운 모기와 사투를 벌인 끝에 얻은 값진 결과입니다.
모기들 못지않은 초인이 되어버린 김박사가 인류 측에 합류한 이후에는 초반보다 다소 완화된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수천 수만 마리의 모기들을 손짓 한 번으로 날려버리는 괴물이 아군이 되었으니 이제 모기의 시대는 끝이 나고 다시 인류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듯 싶지만, 이 작품이 2000년대 초중반의 이고깽은 아니니까 모든 문제가 그렇게 시시하게 해결될 리는 없겠죠. 잠시 비춰진 모기 진영(?)을 살펴보면 김박사 또한 그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속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김박사 자신 또한 그다지 안정적인 상태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접하고 처음 떠올렸던(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충분히 볼 만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제일 먼저 작화와 연출, 전개상의 분위기가 제법 잘 맞아 떨어집니다. 자칫 잘못하면 끝도 없이 우울하게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수 있는 소재를 적절한 유머와 메타 개그로 완급조절을 하는 것도 좋았고요. 이야기는 종국적으로 모기(의 탈을 쓴 외계 침공 생명체)에 의해 발생한 변화들과 그들의 입을 빌려서 일종의 거대한 사회실험 내지는 철학적 탐구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미가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무거운 주제의식과 대중적 웹툰 사이에 균형을 잃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을 선호하든 한 번쯤 살펴볼 가치가 있는, 기대를 놓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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