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로맨스는 거들뿐 ‘취향 저격 그녀’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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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인공은 평범하고 특색 없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도 있었다. 독자의 이입을 위해 여주인공은 가능한 개성을 배제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남성 캐릭터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팔림이 보증된 장치였다. 그런 시절도 이제 추억이다. 조용하고 얌전하며 가난하지만 당찬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이 대세이던 시절은 지났다. 최근의 창작 콘텐츠에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톡톡 튀는 여주인공들이 활발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 프레임도 단순하면 이제 고리짝 감수성 취급받는다. 주인공에게 주지 못하는 능동성을 ‘악녀’에게 준 것이 개성 있는 악녀들의 배경이었다면, 이제는 ‘악녀들의 그것이 왜 나쁘냐’는 시각을 가진 로맨스 인기작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독자도 로맨스 작품을 보는 익숙한 프레임을 유연하게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는 소리다. 독자들은 이제 ‘어떤 X이 쌍년이냐’를 생각하며 작품을 볼 필요가 없다. 여주인공들은 이제 능동성을 대신 가져가 줄 ‘악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능동적으로 ‘연대’하고 ‘우정’을 만든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필요할 때 옳은 일은 돕는다. 남성에 의한 ‘구원’이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로 갈음되곤 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두가 길어졌다. 긴 서두는 이 작품의 소개를 위해서다. 개성적인 여주인공들이 쏟아져 나오는 웹콘텐츠 시장에서 ‘취향 저격 그녀’의 주인공 ‘하해닮’의 개성은 뒤지지 않는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사랑에 빠졌다)
해닮은 인기도 많고 친구도 많고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길 마다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앞에서 망설임이나 부끄러움도 없다. 와중에 브레이크 자리에 엑셀이 달린 금사빠다. 세상이 글러 먹은지라 이런 타입은 친구로서는 몰라도 연애 대상으로는 잘 여겨지지 않게 마련이다. 이런 매력 덩어리를 몰라보는 세상이 잘못 됐다 이거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열심히 대시했지만 돌아오는 건 ‘불알친구’라는 대우뿐. 상처뿐인 사랑을 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해닮은 대학에서는 ‘여신’이 되어 사랑에 성공하고 말리라 다짐한다.
대학에서 이미지를 바꾸려는 해닮의 의욕은 태양까지 불타오른다. 되려는 것이 대학의 여신인지 전우의 시체를 밝고 일어서 전장의 병사들을 이끄는 승리의 여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욕 만만하게 패션을 공부하고 화장을 공부하고 ‘여신’이 되기 위한 해닮의 노력은 게으른 필자의 눈에는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결과가 이 모양이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솔직히 내 눈엔 귀엽다)
과도한 패션과 유튜브 독학으로 잘못 익힌 화장으로 해닮의 대학생활은 모두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것으로 시작하고 만다. 미숙한 패션과 화장이 페북으로 퍼지며 안 좋은 의미로 과 내 유명인이 된 건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절찬리 외모 평가를 당한다. 웬만한 사람에겐 자퇴 각이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가. 브레이크 자리에 엑셀이 있는 여자 하해닮이다. 놀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준 학회장 선배에게 홀딱 반한 해닮은 선배의 취향을 ‘저격’ 하기 위해 다시 머리끈을 동여맨다. 의욕은 앞서 있으나 화장과 패션 센스는 없는 그녀의 앞에 부서진 원룸 벽 너머의 뷰티 요정이 나타나는데!
옆방의 개싸가지 없는 새끼가 같은 과 12학번 선배였다! 그것도 ‘존경하는’ 뷰티 유튜버 ‘얼스’ 님이었다! 화장을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남주의 비밀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해닮은 ‘얼스 님’에게 학회장 선배의 취향을 저격할 화장과 패션 코치를 부탁한다. 집주인이 해외에 나가 있어 부서진 벽을 고칠 때까지의 수개월. 두 사람의 협력/동거 관계는 그렇게 시작된다.
해닮과 찬열의 사이는 상당히 좋은 느낌의 유니크함이 돋보인다. 외간 남녀가 동거 중이며 스킨십이 흔하게 발생하지만 섹슈얼 텐션 없이 그려지는 점이 특히 재밌다.
몰래 말해야 하는데 키 차이 때문에 까치발로 끌어당겨 귀에 속삭이는 장면. 심쿵하기 딱 좋은 모에 시츄에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섹슈얼한 긴장이 거의 없는 것이 포인트다. 독자들이야 해닮이 찬열과 호찬 선배 둘 중 누구와 이어질지 파를 나누어 배팅을 걸든말든 찬열은 해닮의 조력자 포지션을 확고하게 유지한다.
의도한 대로 해닮에게 화장이 잘 안 되니 자신감을 잃고 울적해 하는 찬열을 도닥여주는 해닮. 파워 인싸 해닮에게 사랑과 우정이 소중하듯 파워 아싸 찬열에겐 화장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타인에게 취향을 오픈하지 못하고 숨어서 혼자 자기 얼굴과 인형에 화장하며 만족하고 있을 뿐이었다. 찬열은 해닮을 호찬의 취향을 저격하도록 꾸며주며 뷰튜버로서 자신의 능력과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면서 숨어서 벌벌 떨며 ‘얼스’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주인공의 조력자 포지션이지만 찬열은 소위 로맨스물의 ‘안 되는 서브 남주’와는 궤적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찬열에게는 해닮에 대한 로맨스 텐션이 없고 그러면서 남주인공은 찬열이니까 말이다.
‘조력자 포지션은 안 되는 서브 남주’라는 공식을 뒤틀어버린 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벌’ 캐릭터와 ‘악녀’ 캐릭터도 ‘취향 저격 그녀’는 ‘기본형’을 제공하는 듯하고는 90도 가량 뒤틀어 버린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사랑에 빠졌다 2)
청순한 타입의 라이벌처럼 등장한 ‘진가현’은 털털하고 사람 좋기로는 끝판왕이었다. 청순한 건 외모뿐이었고 심지어 라이벌도 아니었다. (이 이상은 네타이므로 직접 보자!)
(필자는 이 장면에서 사랑에 빠졌다 3)
‘악녀’ 캐릭터처럼 등장한 임제이 또한 그저 해닮과 안 맞는 것뿐, 자기 할 일 잘하고 그냥 사랑이 잘 안 풀릴 따름인 괜찮은 사람이다.
학회장 선배의 취향을 ‘저격’하겠다고 필사적인 여주인공에게 독자가 취향 저격당해 있자면 진가현도 임제이도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한 방 씩 한 방 씩 독자의 심장에 저격을 해댄다. 취향 저격 그녀가 아니라 취향 저격 그녀‘들’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해닮이 호찬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소위 ‘여성성’의 소재인 패션과 화장을 적극 활용하는 점도 이 ‘뒤틀기’에서는 의도적인 상징으로 보인다. 아직 초반밖에 안 온 이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이 ‘뒤틀기’가 이후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게 될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다.
-kimmseung-_-v.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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