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달달하고 유쾌한 피냄새(?) 가득한 하렘 러브코미디 <혈라의 일족>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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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코미디 장르에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렘’만큼 해당 장르를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설정이 있을까 싶다. 수많은 러브코미디 작품들이 하렘 구도를 그려내고 있고, 최근에는 관계도를 복잡하게 꼬거나 상대 캐릭터들이 수십 명까지 등장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지만, 역시 하렘의 기본은 “한 명의 주인공과 여러 명의 상대역”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스토리일 것이다.
이제부터 소개할 «혈라의 일족» 또한 “Boy Meets Girl”로 시작하는 하렘 러브코미디의 기본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여타의 하렘물과는 차별화된 인물 관계와 묘사를 통해, 마치 작품의 메인 히로인처럼 독자들의 시선을 서서히 빨아들이는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하렘물 사상 역대급으로 소심한 주인공; 그가 주는 연민과 공감
본작의 주인공 서정우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하렘물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인 “여성공포증”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것도 여성 앞에서 움츠러드는 정도가 아닌, 심리적인 압박이 극에 달하면 코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중증이다. 하렘물의 주인공이 이성에게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설정만으로도 독특하지만, 본작은 이 설정을 단순한 클리셰 비틀기로만 활용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이 “여성공포증”과 그 증상이 남들에게 들키는 것과,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격리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이를 회피하려 한다. 때문에 주인공은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 맞닥뜨릴 때마다 수동적이고 심약하게 대처하고, 때로는 그 때문에 순진함을 넘어 ‘호구’가 되는 모습도 여러 번 보인다. 혹자는 “만화니까 나올 수 있는 극단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모태솔로’인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서정우와 비슷한 심리상태와 행동패턴(“찌질함”으로 불리는)을 보이는 경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은 주인공 서정우를 통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독자들에게는 동질감을,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연민과 동정심을 자극하여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독자를 일체화시키는 노련함을 뽐낸다.
각자의 개성과 목적성을 어필하는 히로인들
본작에는 4명의 히로인이 등장하며, 그 중 1명은 작품 중반부에 등장하고 현재 연재분까지는 조연급 비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3명의 히로인이 작품을 이끌어나간다고 할 수 있다. 하렘물로서 이 정도로 히로인의 수가 적었던 작품은 일본만화 «강철천사 쿠루미» 이후로 처음이 아닌가 싶다(심지어 남자주인공의 성격마저도 비슷하다!). 소위 “하렘물의 왕도”라고 하는 십수 명의 히로인들에게 동시에 둘러싸인 시추에이션을 본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본작의 히로인들은 각자의 뚜렷한 캐릭터와 개성을 마음껏 어필한다. «혈라의 일족»이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본작의 메인 히로인인 피은나는 주인공이 다니는 대학의 교수지만, 실체는 수백 살이 넘은 흡혈족의 마지막 생존자이다. 주인공과 강렬한(?) 첫 대면을 가진 윤혜수는 학교의 1년 선배로 천사표로 소문이 자자한 퀸카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속사정을 갖고 있으며(윤혜수의 속사정과 본질은 직접 확인하시라!), 유일하게 주인공이 “무서워하지 않는 여성”인 남상미는 엄마 같은 보호자로서 주인공을 엄하게 대하지만 그 또한 말못할 이유가 있다. 최근에 히로인으로 합류한 발데마르 더 피르 역시 또다른 흡혈족으로서 도도하고 오만한 성격으로 주인공을 복종시키려 한다.
또한 작품은 4명의 히로인들에게 주인공에게 “대시”하게 되는 명확한 목적성을 부여함으로서, 등장인물들간의 단순한 호감과 상호 대립 관계를 넘어 보다 탄탄하고 몰입감 높은 스토리를 보여 준다. 피은나는 일족의 번영을 위해, 윤혜수는 금전적인 목적으로, 남상미는 오랜 보호자로서, 발데마르는 또다른 흡혈족으로서의 사명을 위해 주인공 서정우에게 가까워지면서, 그의 대책없는 순진함과 거기서 묻어나오는 진심을 발견하고 서서히 반하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을 차지할 사람이 둘일 수는 없으므로, 지켜주고 싶은(?) 그를 포기할 수 없는 쟁탈전을 벌이게 되고, 하렘물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특유의 서비스신이 곳곳에서 작렬한다.
정리하며
본작은 전형적인 하렘물 구도를 탈피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하렘 러브코미디 본연의재미가 살아 있는 수작이다. 급 전개되는 대목이 없지는 않지만, 독특한 주인공과 개성 강한 히로인들의 매력을 맛보고 싶은 러브코미디 애호가라면 본작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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