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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하여. <여중생A>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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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2회 작성일 24-05-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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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부산에서 발생했던 중학생 간의 폭력사태를 기억한다. 인적 드문 곳에서 여러 명의 가해 학생이 한 명의 피해 학생을 둘러싸고 각종 흉기를 사용해 폭행했던 잔인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학교폭력 현황, 교육부와 학교의 안일한 학교폭력 대처방안 등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한동안 떠들썩했었다. 그리고 여기, 학교와 가정, 두 곳 모두에서 소외되어 기댈 곳 없는 중학교 3학년 학생 '장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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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초중반의 미래는 왕따를 당한다. 왕따에 원원이라는 것은 없지만 굳이 찾아 본다면 미래가 관계를 맺는 데에 서툰 편이고, 내향적이며 아버지라는 인간이 행사하는 가정폭력의 영향 정도이다. 또, 1학년 때 한 급우가 미래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같은 배려를 가장해 반 아이들에게 모금을 한 무례에 대응한 것이 소문으로 와전되어서이기도 하다. 이유 없이 미래에 대해 험담하고 다니는 '장노란'이라는 아이도 어느 정도 지분을 차지한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고립된 미래는 점점 어두워진다. 게임 속 세상이 자신의 진짜 세상이라 생각하고 현실을 부정한다. 견뎌내고 버텨내는 것에 지쳐 삶을 끝내려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던 그 때, 미래는 재희, 유진, 양선이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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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희'는 미래와 함께 게임을 하던 길드원 중 한 명인 ‘희나’이다. 미래는 게임에서 재희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고, 만나서 직접 사과하라는 재희의 말에 ‘어차피 죽으려고 했는데, 대신 죽여주면 고맙지’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만나러 갔다. 그리고 미래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재희와의 만남이 미래의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되었다. 학교생활에 대한 조언과 충고, 미래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는 밤낮 가리지 않고 언제든 달려오는 의리. 재희를 만나며 미래에게도 조금씩 숨 쉴 구멍이 생긴다.

'양선'과 '유진'은 같은 반 친구로, 조별 활동을 통해 친해지게 된다. 학교 전반에 만연해 있던 미래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 때문에 양선과 유진 모두 처음에는 미래와 함께 조별 활동을 한다는 것을 걱정했지만, 활동 과정을 거치며 미래의 진면모를 발견하고 편견 없이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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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a>는 미래의 성장기이다. 우울하고 외로운 사춘기 학생이 내적으로 성숙해지고, 대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하며,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려 노력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사건의 당사자로, 혹은 주변인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 나가는 미래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다. 

17168045910967.jpg동시에 <여중생a>는 그 나이대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폭력을 경험한다. 주인공 미래부터가 왕따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다. 아버지라는 인간은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며 아내가 번 돈을 쉽게 탕진한다. 아내와 자녀에게 폭언을 하고 바람을 피며 정서적인 학대를 가한다. 심지어 미래와 아내를 때리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미래에게 ‘집’은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희나, 재희 역시 미래와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다. 그 때 당했던 폭행으로 심각한 부상을 입어 학교를 자퇴했으며, 상처가 덜 아물어 아직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인간관계에 서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잘 맞춰주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자존감이 낮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미래네 반 반장인 '이백합'은 예쁘고 공부 잘 하고 인기도 많은 데다 집도 부자인, 그야말로 완벽한 캐릭터이다. 이 정도라면 인생 참 쉽게 살 것만 같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지만 성차별적 인식을 담은 발언으로 딸에게 종종 상처를 주는 어머니, 망상에 빠져 혼자 썸타고 혼자 연애하고 혼자 이별하는 데다 당당하게 스토킹을 예고하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남자들. 이백합은 주변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예쁜 여자”를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태도에 불쾌감과 공포감을 느낀다. 이 이외에도 일진 문화, 사이버 테러 등 흔하게 일어나고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위험 상황을 소재로 삼는다. 이를 통해 <여중생a>는 “이것 봐. 너희들의 무지, 방관, 가해가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어”라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독자들의 자기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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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느낌 정리를 위해 이 작품이 피해자-방관자-가해자를 삼분하는 것마냥 이야기하긴 했지만, <여중생a>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입체적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미래의 아버지 같은 종자를 제외하고는 절대적으로 악한 존재도, 완전무결하게 선한 인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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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여중생a>는 학원물에서 흔하게 과시하는, ‘일진들 간 의리’라는 것의 얄팍한 실체를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김유리’라는 캐릭터이다. 김유리는 일진이자 학교폭력 피해자이다. 일진 무리 내의 친구들과 본래는 사이가 좋았으나, 그녀를 시기한 한 아이의 선동으로 인해 그 친구들과 멀어지게 된다. 이 사건에서 조만간 왕따가 될 친구 옆에 붙어있다가는 자신이 피해를 볼까 봐 유리를 피하기 급급한, 다수의 일진 무리 내 방관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생각했다. 요즈음 ‘학원물’이라고 하면 대부분 일진들이 소재 아닌가. 일진을이 싸움을 얼마나 멋지게 잘 하는지,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한지, 그리고 그런 그들을 다른 학생들이 얼마나 선망하는지를 학원물이라는 장르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것이 불편했다. 툭 까놓고 이야기해서,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에 대해 위와 같은 우상적인 도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허5파6 작가님이 담담하게, 직설적으로, 과장이나 미화 없이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신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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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a>는 완결작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매 화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작가님의 깊은 이해와 학생들에 대한 극사실주의적 묘사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 <여중생a>를 추천한다. 혹시라도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 혹은 인간관계에 힘들어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성장하는 미래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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