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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내맘대로 특집 - 고아라 작가 편 : 4. «어떤 교집합»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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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24-05-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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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아라 작가의 «어떤 교집합»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뤄왔던 주제인 ‘사랑’을 다시 한 번 다룬다. 작가가 잡아내는 소재는 이번에도 역시 흥미롭다. ‘교집합’이라는 상징이 말해주듯, 주인공인 ‘이윤송’과 ‘송수정’이 서로의 닮은 점과 공통 지인을 통해 서로 가까워지고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 둘이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일을 할까? 라는 물음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그 물음으로부터 ‘수옹’이라는 관찰자적 인물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수옹의 시선으로 윤송과 수정을 보여줌으로써 작가와 인물의 거리를 전작들보다도 더욱 멀리 떨어뜨려 놓았고, 그 결과 인물과 독자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작가는 이 세 인물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윤송과 수정이 서로 비슷한 인물이라는 설정 하에, 수옹은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윤송과 수옹은 음료 취향같은 사소한 부분 뿐 아니라 된장 덩어리를 치킨으로 여기는 희한한 것까지 닮았으며, 나아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하는 성향까지도 닮았다. 그리고 ‘용삼촌’은 그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두 사람을 한 공간에 놓으면 서로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천수’라는 사람 역시 두 사람의 교집합에 해당하는데, 윤송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죄책감의 대상이며, 수정에게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훗날 윤송의 마음을 바꾸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도 바로잡는 계기가 되는 편지를 쓰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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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송과 수정의 공통점은 여러차례 묘사된다.


    문제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수옹이라는 매개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다보니 필연적으로 두 사람의 ‘행동’만 묘사되었고, 그에 따라 두 사람의 ‘감정’, 특히 사랑에 이르는 감정이 거의 묘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감정은 몇몇 컷에서의 표현 혹은 서로에 대한 시선 정도로만 알 수 있으며, 따라서 두 사람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작품에서 그다지 그려지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 걸쳐 그려지는 것은 오히려 윤송과 수정이라는 각각의 인물이 자기극복하는 과정과 그것을 관찰하는 수옹의 성장이며, 이것은 윤송-수옹, 수정-수옹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이루어진다. 윤송의 주요 서사는 천수에 대한 죄책감을 극복하고 시골에서의 삶을 정리한 뒤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며, 수정의 주요 서사는 이모로 상징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자기 불안의 극복으로, 작품의 대부분이 이 두 사람의 서사로 채워진다.


    문제는 이 자기극복의 서사와 사랑 이야기가 서로 큰 연관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윤송과 수정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는 장면은 몇 차례 보이지만, 그 감정이 자기극복의 서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혹은 자기극복의 결과 사랑에 이르게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다고 이 두 가지가 병렬 진행된다고 하기에는 사랑 이야기의 비중이 너무 적다. 작가는 분명 사랑 이야기’도’ 하고 싶었을텐데, 윤송과 수정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드러나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자기극복과 애정 형성은 작품 내에서 ‘동시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왜’ 동시에 일어나야 했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가 ‘교집합’을 작품의 중심 소재이자 상징으로 삼은 한, 두 사람의 세계가 겹친다는 것은 곧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뜻하고, 작가의 의도는 그것이 ‘사랑하는 관계’가 됨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이 사랑하는 관계로 진입하는 것 역시 상당한 비중을 두고 그려져야 했음이 분명하지만, 결국 결말에 가서야 몇 컷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오히려 사랑 이야기는 수옹이 수정에 대해 가진 애정을 다룬 부분이 더 많고 또 구체적이다. 이는 전작 «사랑하는 나날»에서 각 인물들의 감정이 충분한 서사를 통해 묘사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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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상의 애정 서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고아라 작가 특유의 정서 전달은 여전히 강력하다. 일상의 어느 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특유의 수채화 방식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국내 어느 작가도 감히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작가 고유의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물 및 이야기에 디테일을 더했다. 작가의 기존 팬들도, 작가를 새로이 알게 된 독자도 모두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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