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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김성모, <돌아온 럭키짱> - ‘플랫폼적 웹툰’의 탄생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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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24-05-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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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돌아온 럭키짱>

- ‘플랫폼적 웹툰의 탄생

 

 

1. ... 너무 멋지다?

 

(Meme)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도킨스에 다르면 밈은 마치 DNA처럼 문화요소의 전달단위로 작용하며, 오늘날에는 인터넷 상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따위를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밈 공장장’, ‘네이버 웹툰 최초 평점 1점 작가’, ‘근성왕김성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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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과들, <돌아온 럭키짱>1점을 누르는데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돌아온 럭키짱>은 과거 연재됐던 <럭키짱>을 리부트하여 2012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김성모 작가의 명성을 깎아 먹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의 커리어에 색다른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김성모는 작품에서 유행어를 만드는 걸로는 모자라 그 스스로가 밈이 되었다. 어떤 독자도 이 작품을 읽지 않으면서도 얘기하고 있다는 점, 동시에 그의 작품이 마치 성경처럼 수많은 웹툰에서 인용되어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 “별점 내놔!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돈 내놔!,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 !”, “너무 멋져?” 대부분 이 만화의 스토리 전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유희요소가 될 만한 소스들만 골라 선택적으로 감상한다. 김성모의 작품들이 지금까지 그럭저럭 인기를 얻어왔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컬트적인 요소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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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정도면 일부러 이러는거 아니겠냐

 

2000년대 초중반 디시인사이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갤러리 중 하나가 근성갤(김성모 갤러리)였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김성모 작품의 심각한 설정오류, 마침표 대신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 터무니없는 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행동 따위를 근성 있게발굴해냈고, 유행어 사전으로 정리했으며, 이를 인터넷 밈으로 발전시켰다. 이들의 유산이 <돌아온 럭키짱>에 상당부분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유머요소의 과잉 소비는 반대로 이 작품에 만화로서의 전통적인 기능이 부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돌아온 럭키짱>에 제대로 된 서사구조가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들어놨기도 하다. 인물간의 관계가 설정오류로 뒤집어지고, 학원 배틀물 주제에 대사를 통해서는 도저히 전투력을 가늠할 수 없다. 애초에 전투력에 대한 묘사가 과장 일색일뿐더러, 혹여 맞다고 해도 싸움실력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져버려서 측정의 신뢰성이 0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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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설명충의 운명을 타고 태어난 풍호가 제정신이다

 

이렇듯 유머요소가 작품을 삼켜버리고 나면 독자는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도 웃을 수 있다. 유머코드에 대한 문법을 적당히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으로부터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격이라는 어플의 존재가 그렇다. 이 어플은 <돌아온 럭키짱>의 모든 회차에 자동으로 평점 1점을 주는 매크로다. 모든 화의 베플을 보라. 어떻게든 1점을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창의성을 뽐내고자하는 독자들의 몸부림을 볼 수 있다.

 

님들아... 작가님도 열심히 그리는 건데 평점이 3점대가 뭐에요.. 양심 있게 1누르고갑시다”(239화 베플 )라고 말하고 있는 지점은 이 만화에 1점을 주는 행위는 테러가 아님을 의미하고 있다. 평균 3점에 불과한 평점이 만화 내용이 전혀 없는 휴재공지 당시 9점 후반대를 찍었다. 뒤집힌 평가점수는 이미 이 만화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본질적인 구성요소임을 암시하고 있다. , <돌아온 럭키짱>에 내용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렇다는건 이 작품의 내용은 비어있고, 오직 형식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3. 언덕 위의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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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린가 싶지? 답답하지? 그럼 댓글 달던가

 

놀라운 것은 내용을 고의적으로비워놓은 그 빈자리에서 독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현상에 플랫폼적 웹툰이라는 단어를 붙여주고 싶다. 오늘날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는 기사 내용이 아니라 제목만 읽고 댓글을 단다.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사에서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댓글을 주고받는 행위인 것이다.

 

김성모는 이를테면 커다란 빈 집을 만드는 전문 기술자다. 그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다른 자격조건이 필요 없다. ‘신의 탑이나 나이트런을 보기 위해 그 만화의 세계관과 깨알 같은 설정을 숙지할 필요가 없다. ‘여중생A’뷰티풀 군바리를 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연민과 분노에 감정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한마디를 보탤 수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돌아온 럭키짱>이 특별한 것은 내용은 없고, 만화의 형식인 유머코드라는 문법만 존재하는 작품이 위치한 공간이 바로 네이버라는 점이다. 누구나 기웃거리기 좋도록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놓여진 크고 빈 집이다.

 

김성모의 만화는 기존 작가들에 의해 마치 밥줄처럼,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김성모 작가가 진지한 학교폭력물을 의도했든 아니든, 설정오류, 오타, 정신나간 대사들이 그의 센스에서 나온 것이든 우연히 시대와 어긋나 병맛을 띠게 된 것이든 그의 만화는 병맛의 원류로서 존재한다. 오히려 이제는 자기가 영향을 준 만화들이 각자 발전시킨 유머코드가 다시 <돌아온 럭키짱>에 적용되어 텍스트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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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_후배_작가의_쌰라웃.jpg

 

과거에 개연성을 넘어 대사끼리조차 연결이 안 되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이상신 & 국중록의 첩보의 별이나 귀귀의 귀귀 갤러리가 있다. 작품간 이름도 얼굴도 같은 수많은 강건마들이 어처구니 없었다면 쿠당탕의 언덕 위의 제임스를 떠올려보자. 새로운 시대에 부디 새로운 독해법으로 김성모를 읽어보자. 물론 과거에도 김성모는 소위 각잡고 보는 만화를 그려내는 작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순히 김성모가 작품을 찍어낸다거나, ‘개연성이 없다거나, ‘옛날 그림체라는 이유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했듯 김성모는 작품에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성향의 작가이고, 자신이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근성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총의 공감.jpg’를 둘러싼 논란이 첨예하지만, 어쨌든 그런 성의없이그린 작품들도 네이버에 정식 연재되는 세상인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성의 있어 보이는 작품을 마냥 좋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곁으로 보기에 성의 없어보여도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는 쿨하게 자신이 풋사과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렇다. 육체는 단명이고 근성은 영원한 것이며, 폭룡이 최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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