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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그 마을의 히어로 - 액션과 개그, 그리고 4번의 반전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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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4-05-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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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는 동안 크게는 두 번, 세세하게 따지면 총 네 번의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60회가 조금 안 되는 분량으로 완결된 웹툰 ‘그 마을의 히어로’ 를 앞의 몇 편만 읽는다면 당연히, ‘아 이건 개그 웹툰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구성도 꽤나 익숙했다.

 

안동 황룡리(물론 실재하지 않는다), 척 보기에도 두메산골 촌구석에서 ‘수호대’를 만들어 쌩쇼를 벌이는 삼촌지간이라니 말이다. 심지어 조카의 나이는 30줄이고 삼촌은 60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처음에 나와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니, 동네 노인의 밭일을 도와주러 갔다가 어찌어찌 (괴상한 패션센스의)그 남편 할아버지에게 수영을 가르치게 되고, 하필이면 그 노인네가 물속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급히 병원으로 달려가는데, 일전에 맞았던 특수 강화제(?)의 부작용으로 등에서 날개(!)가 돋아 기자가 들이닥치고, 이를 피해 도망치다 날개를 믿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데, ‘가랏!’ 하고 외치는 바람에 날개가 지 혼자 달을 향해 튀어나가고 절벽에서 쌩으로 떨어져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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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괴악한 사건이 줄줄이 튀어나오는 웹툰이 개그 만화가 아니기는 힘들 것이다.

 

여기서 (작은 의미의)첫번째 반전이 나오는데, 뒤에서 나올 것들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메인의 웹툰 소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농촌 마을에 모여들어 살게된 냉혹한 사회의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 실패한 박사, 잊혀지고 밀려난 운동권 출신 등의 사람들이 모여 히어로집단을 결성한다’ 라는 소개를 보면 누구나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한적한 촌동네에서 우연히 모여,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그런 내용을 생각할 것이다. 물론 이 웹툰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다. 심지어 ‘잊혀지고 밀려난 운동권 출신’ 같은 인물은 존재조차 하지 않는데 그 연유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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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반전(?)은 개그가 상당히 급격하게 재미 있어 진다는 점인데, 대략 10회까지만 해도 썰렁하고 억지스러운 개그만 남발하던 만화는 점차 자리를 찾아간다. 웃기는 포인트는 크게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골 때리는 인물들(개그 만화의 정석이다)과 소위 가난 개그인데, 가난이라는 것을 우스갯거리로 삼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꺼림직한 일이나 여기서는 아주 적절한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세 번째 반전이 등장하기 전까지도 ‘그 마을의 히어로’ 는 정신 나간 센스의 개그가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훌륭한 개그 만화이다.

 

그리고 가장 거대하고, 또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반전이 등장하는데,

이 만화는 사실 순수한 개그 만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복선(?)은 처음부터 깔려 있었는데, 개그의 소재로 쓰이는 게 전부였던 것 같은, 피닉스(주인공의 코드명)의 삼촌이 개발한 무기들의 오버 스펙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본격적인 징조는 전투 장면이 묘사되면서부터인데 도저히 개그 만화의 그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대단한 퀄리티의 생생한 전투 묘사가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대략 중반부 이후부터 개그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고 본격적인 현대 액션 판타지 만화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대지를 유지하는 어떤 ‘흐름’ 과 그 흐름을 지탱하는 ‘우물’ 의 존재, 그 우물을 지키려는 것이 주인공과 삼촌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를 노리는 괴이한 사이비 집단 같은 놈들이 등장하며 주인공과 그 (개그 파트에서 얼떨결에 합류한)동료들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데 이 전투씬의 수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격렬한 움직임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표현력, 살벌한 심리전, 연신 뒤집히는 전황까지 유명 소년만화와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작품의 중요한 복선을 풀어내는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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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반전은 만화가 끝 날 때쯤 등장하는데, 정말이지 유감스럽게도, ‘그 마을의 히어로’ 는 전형적인 조기종결 작품이다. 복선의 반의 반을 풀기도 전에, 개그 파트가 끝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점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회당 10개도 되지 않는 댓글에서 그 원인을 간단하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은데, 작가와 연재처(올레마켓 웹툰)의 마이너함은 외부 변수이니 어쩔 수 없다 치고, 분명 개그 만화가 아님에도 지나치게 긴 분량을 개그에 소진한 작가의 전략이 결정적인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혹은 연재 도중 급격하게 작품의 노선을 틀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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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질에 비해 대단히 아쉬운 완결이 아닐 수 없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조기종결 되었던 바, 2부 연재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조기종결임을 감안해도 완결된 분량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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