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귀신 - 역사와 공포의 절묘한 만남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본문
이 만화의 시대적 배경은 앞서 리뷰 한 바 있는 이무기 작가의 ‘곱게 자란 자식' 과 같은 시대인 일제 강점기인데 장작 작가의 작품은 이무기 작가에 견주어 역사 판타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그의 작품들은 공포의 형태를 빌어 이 ‘판타지' 물에 힘을 더 실어준다.
장작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초기 스토리 ‘콘셉트' 와 ‘아이디어' 라 볼 수 있다. 이전 작품인 0.0Mhz 는 연재 초반 독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가히 그를 옆 동네 네이버 웹툰의 호랑 작가와 같은 대열에 설수 있게 만들어 줬다. (적어도 스토리와 퀄리티 면에서는) 일단 국내 공포 웹툰 시장이 좁은데다, 좀처럼 좋은 스토리와 좋은 퀄리티의 공포 웹툰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네이버에 ‘호랑' 작가가 있다면 다음에는 ‘장작' 작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
그의 명암 스킬은 너무나 리얼리스틱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실눈 뜨고 스크롤 내렸다'는 댓글이 무수히 속출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아니 그럴 거면 공포 만화를 왜 봐요..) 여기서 잠시 그의 명암을 감상해 보자.
장작 작가의 가장 큰 단점은 ‘마감 장애' 라 할 수 있는데 0.0Mhz 연재 당시 필자는 이 웹툰을 구독 중이었다. 기억이 맞는다면 그는 이 웹툰을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휴재에 들어갔고 많은 팬들의 원성을 살수 밖에 없었다. 그 상태에서 이 웹툰 ‘귀신' 을 연재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귀신'을 보면 작가가 무엇보다 ‘스토리 진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이 작가를 봐왔다면 .. 그냥 알 수 있다 (...) 제발 이번엔 이 웹툰이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이다.
귀신은 1924년 북한산과 구파발의 일본군 주둔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귀신'을 본 병사들은 알 수 없는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야마시타 도모유키 대좌는 이 사건의 전담반으로 배치, 조선으로 발령받게 된다. 명령서에는 3명의 작전 인원이 더 보충될 것이라는 설명뿐. 심문을 받다 죽어버리는 사람이 생기면 주둔지 밖에 시체를 내다 버리는 일본 군인들. 여기서 야마시타 대좌에게 한 병사는 묘한 이야기를 꺼낸다. 시체를 내다 버릴 때마다 꼬마가 항상 나타나 떠들고 다닌다는 것. 그렇게 떠들고 다니면 시체 처리도 용이하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지만 다만 그 꼬마가 나타난 후에는 항상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또 다른 병사는 요즘 발생하는 사건들이 1895년에 죽은 조선 황후의 혼이 복수를 위해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다.
노크 소리는 들리지만 문을 열면 아무도 없고 야마시타는 이곳에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3명의 보충 작전 인원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사망 경위를 적어놓은 문서를 읽는 것뿐.. 죽은 사람들이 보았다던 그것의 형체는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여 있고, 붉고 기다란 팔에 털 뭉치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이며 그것의 목적은 무엇일까..
작가의 스토리 짜는 방식은 기존에 있던 도시전설 내지는 민담의 형태에서 기인한다. 그 뼈대에 살을 붙이고 풍부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다. 0.0Mhz 때에는 인형으로 하는 강령술이 그러했고 귀신에서는 무당 방울을 차용한다.
이 무당 방울에 관한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로운데 짧게 요약하자면 과거 무당들은 ‘무당 방울' 을 만들기 위해 가난한 집에서 아이를 사 오거나 납치한 뒤 소금과 방울을 넣은 커다란 항아리에 아이를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배고픈 아이는 결국 소금을 집어먹게 되고 서서히 죽게 된다. 후에 갈 곳 없는 아이의 영혼은 방울로 들어가게 되고 무당은 아이의 영혼이 깃든 방울로 인해 떨어진 신기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주로 소위 말하는 ‘신기' 가 떨어진 나이 든 무당들이 이 방법을 사용했다 하는데 이 역시 도시전설에 가깝기 때문에 그 괴담의 사실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게다가 웹툰에 등장하는 무당은 오히려 젊고, 단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이를 독에 가둔다.
끔찍하면서도 다소 황당한 이 괴담은 인간의 잔인성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면서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서슴지 않는 일본군을 떠올리게 한다. 후에 스토리는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 그렇지만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로 전개가 되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이 무당 방울 차용은 정말이지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도시전설이나 괴담이 가지는 매력은 도대체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거다. 시대적 배경을 보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도시전설이 생겨났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있었던 일 일까에 대해서는 그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도 증거도 불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기에 우리는 판타지나 도시전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작가는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매주 우리를 더욱더 그의 흥미로운 스토리로 빠져들게 한다.
- 이전글그놈은 여고생 - 그놈이 여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24.05.09
- 다음글곱게 자란 자식 - 해학 속에 담겨 있는 조선의 비극적인 이야기 2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