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고수, 진짜 고수(高手)의 무협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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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저는 꽤 오랫동안 무협소설을 읽어왔지만 소설 외의 무협 장르에는 무지합니다. 무협에서 가장 메이저한 매체는 한국·중국·대만을 가리지 않고 소설이 맞지만, 김용 소설을 원작의 유명한 중국 무협 드라마가 여럿 있고 한국에서도 한동안 무협 만화가 유행했음을 감안하면 내공이 부족하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용비불패' 또한 이름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정통 무협 장르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툰 '고수'는 이들 두 작가의 웹툰 데뷔작으로, 기존 용비불패와 무협 만화의 팬은 물론이고, 저처럼 무협을 소설로만 접해왔거나 무협을 전혀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망설임 없이 권할 수 있는 수작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가장 먼저 이 작품의 스토리는 '정통무협'이라는 장르를 통해 정의할 수 있습니다. 초반부를 지나고 나면 '고수'는 문자 그대로 '무협'이에요. 그것도 소재만을 놓고보면 2000년대 이전을 바라보는 전통무협이죠. 간단하게 모 위키를 열어서 3줄짜리 줄거리 소개만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무협이라는 장르는 제가 무협(을 표방하는) 웹툰을 리뷰할 때 여러 번 적었지만 기본적으로 고리타분한 장르에 가깝습니다. 디테일한 변화는 가능하지만 큰 틀에서는 정해져 있는 설정과 세계관부터 시작해서 인물 묘사, 대사와 행동, 초심자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용어까지 요즘식으로 표현하면 '고여있는' 장르죠. 무협 웹툰이 대부분 무협의 스타일만 빌려온 동양 판타지에 가깝거나 아니면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은 이런 장르적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다시 한 번, 웹툰 '고수'는 무협입니다. 무협의 설정만 차용한 동양 판타지도 아니요 한때 대여점에서 유행했던 판타지를 더한 퓨전 판타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수에는 진입장벽이 거의 없어요. 얼마 되지도 않을 무협 팬들의 힘으로는 네이버라는 대중적인 플랫폼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없죠. 그 비결은 초중반에 배치된 비교적 가벼운 - 그러나 고수의 매력을 뽐내기에는 충분한 - 에피소드의 배치 덕분입니다.
웹툰의 초반부를 읽어본 독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해당 에피소드들은 사실 무협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전형적인 무협적 주인공인 강룡의 설정과 배경을 부각시키지도 않고, 등장하는 적들 또한 무협스러운 비밀을 품고 있는 괴집단이 아니거든요(물론 이들은 나중에 등장합니다) 단순히 무협을 모르는 독자층을 배려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 대다수의 웹툰 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줄 만한 놀라운 퀄리티의 이야기들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객(客)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러한 에피소들을 통해 고수는 강룡을 비롯해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드러내고,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을 암시하며, 무료로 감상하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퀄리티로 독자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무협스러움'을 제외하면 초중반의 몇 개 사건만으로도 이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죠. 놀라운 이야기의 힘입니다.
그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무협' 그 자체입니다. 신무협으로 입문한 저조차도 '이건 꽤나 전통적이군'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내용들이죠. 하지만 저처럼 장르에 훈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본격 무협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작품을 봤다면 이미 '고수'의 매력에 빠져들어 있을 테니까요.
네이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작화 퀄리티, 흠잡을 여지가 거의 없는 속이 꽉 찬 단단한 에피소드, 무협스러우면서도 꽤나 신선한 캐릭터성의 인물들까지. 여러 모로 인정받을 만한 수작이지만 중반부의 늘어지는 전개는 다소 아쉽습니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무협 장르로서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웹툰 그 자체로도 잠깐의 지루함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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