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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강상준의 불가항력 만화방 #04 도로헤도로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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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24-05-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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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ドロヘドロ

하야시다 큐(林田球) | 쇼가쿠칸(小学館) / 시공사 | 1999년 연재 시작 | 연재 중


작가소개 |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 회화과 유화 전공. 1997년 단편 <소파짱(ソファーちゃん)>으로 <월간 애프터눈> 사계상 준입선하며 데뷔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게임 <마검X>를 원작으로 한 장편작 <마검X ANOTHER>를 연재했다(이 작품은 2008년에 재편집판 <마검X Another Jack>으로 발간됐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블랙 판타지 <도로헤도로>를 연재하고 있다. 여성작가로는 이례적인 거칠고 그로테스크한 작화에 탁월한 유머감각을 조화시킨 작풍이 특징. 만화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약자고 그놈들은 강자지, 판타지 세계지, 마법 같은 걸 펑펑 쓰지… 이거 완전히 사기급이라고.”

– <도로헤도로> 7권 중

 

 

 

판타지 세계라고 하면 으레 검과 마법, 용과 요정의 세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어떤 예술 분야보다도 판타지를 너르게 활용해온 만화는 갖가지 이세계(異世界)를 배경으로 한 담대하고도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판타지의 경계를 무한히 확장해왔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세계에 비정한 현실관을 투영한 ‘어두운 환상’, 소위 다크 판타지(Dark Fantasy)로 명명되는 일련의 작품 역시 색다른 판타지 장르 이상의 이질감으로 일군의 세계를 이룬지 오래다. 다크 판타지 만화는 파티를 이뤄 역경을 헤쳐 나가는 기존의 웅장한 모험담조차 달콤한 동화로 ‘전락’시키며 이세계 판타지 만화의 영역을 넓혔다.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불편한 현실의 모습을 건져낸, 가장 ‘현실적인’ 판타지 장르이기도 하다. 신비로운 환상(fantasy)이 아닌 어두운 환상(dark fantasy)으로의 입성. 화려한 마법에 가려져 있던 또 하나의 어둡고 기괴한 모험담의 시작이다.

“그 문 저편에는 ‘마법사’들의 세계가 있다. 놈들은 자기의 ‘마법’으로 그 문을 만들어내서, 우리가 사는 도시 ‘홀’과 놈들의 세계를 잇는다. 그리고 놈들은 ‘홀’에 ‘연습’을 하러 오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마을 ‘홀’과 마법사의 세계라는 두 개의 차원으로 구성된 세계. 마법사는 종종 ‘홀’로 찾아와 마법 연습이랍시고 초능력이 담긴 검은 연기를 내뿜어 홀의 주민을 괴상한 생김새로 바꿔놓거나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아마도 마법사에 의해 기억을 잃고 도마뱀 머리가 되었을 주인공 카이만은 친구 니카이도와 함께 마법사를 사냥하며 본래 얼굴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

 

<도로헤도로>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특유의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제법 그럴듯한 스토리라인을 비롯해 폭력 묘사의 수위 또한 상당히 높은 반면, 작품 전체 분위기는 오히려 가볍게 느껴지는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먹으로 인체를 관통하고 나이프로 사지를 잘게 저미는 하드고어 액션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이를 블랙 코미디로 치환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도로헤도로>만의 DNA코드다. 작가 하야시다 큐는 “가사는 흉포하나 멜로디는 춤추고 싶어질 정도로 즐거운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마법사들이 쓰고 있는 호러영화풍 마스크나 악마 숭배를 기반으로 구성된 마법사 세계는 일종의 데스메탈 장르를 연상시킨다. 매순간 인체를 함부로 다루는 살벌한 세계지만,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자처한다거나, 카이만의 적인 엔 일당에게도 만만치 않은 매력을 부여해 피아를 명확히 가르지 않는 점은 <도로헤도로>가 지닌 역설적인 매력을 반증한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가면서 점차 스스로의 악행과 맞닥뜨리게 되는 기본 골격은 영화 <토탈 리콜>과 닮아 있다. 카이만과 니카이도 콤비는 홀에 찾아오는 마법사를 대상으로 한 ‘마법사 사냥’으로 소소하게(?) 문을 연다. 이후 마법사 세계로 건너가 엔 일당을 위시한 강력한 마법사들과 대적하다, 마법사를 혐오하던 카이만 자신이 실은 마법사를 목표했던 인간임을 깨닫게 되면서 얼핏 단순해보이던 미스터리는 일파만파 확장된다. 자신의 원래 얼굴, 진짜 기억을 찾기 위한 카이만의 모험담은 그만큼 긴 호흡으로 천천히 베일을 벗는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개입하면서 카이만의 단순한 미스터리는 복잡한 미궁이 되어 긴 연재기간 내내 작품의 단단한 뼈대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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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는 현실과 전혀 다른 원리로 이루어진 가상세계를 배경 삼고 있지만 그 근간은 우리의 현실세계를 정확히 모사하고 있다. 인간과 마법사는 생김새만 닮았을 뿐 전혀 다른 ‘생물’로, 불가사의한 능력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에 의해 인간은 일방적으로 당하기 일쑤다. 마법사들은 입이나 손가락 등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어 마법을 사용하는데, 모든 마법사는 단 한 가지 마법만을 사용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마법은 종류에 따라 희소성이 나뉠 뿐만 아니라 연기의 양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개중에는 거의 마법을 쓸 수 없는 마법사들도 부지기수다. 굉장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가 아니라면 나머지는 홀의 인간들보다 썩 나을 것도 없는 이 세계는 날 때부터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단단한 수직구조로 이루어진 것. 슬럼가를 연상시키는 홀에 사는 인간들이 피라미드 구조의 최하층을 이루고 있다면, 바로 위는 마법사들이, 그리고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는 모든 세계를 관장하는 전지전능한 존재인 악마들이 있다. 때때로 시험을 통해 악마로 승급하는 마법사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악마였던 존재와는 달라 언제든 다시 마법사로 강등될 수 있다. 연기를 낼 수 없는 마법사들은 마땅히 할 일도 없는 세계.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 무리인 ‘십자 눈’ 조직은 봉투를 붙이고 자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해가 지기 전까지 전기를 켜지 않고 몇 달째 집세를 내지 못해 아등바등하는 등 최하계층 마법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희화화한다. 마법사조차 선천적으로 결정된 마법의 종류와 연기의 양에 따라 계급이 결정되는 이 세계는 통화(通貨)만 연기로 바뀌었을 뿐 우리들의 위대한 자본주의 사회와 영락없는 판박이다.

자연히 이야기는 이 세계의 예외적인 행동, 즉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계급간 이동에 방점을 찍는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들은 십자 눈이라는 조직을 일궈 보스인 ‘카이’를 앞세운 ‘혁명’을 기대한다. 십자 눈 조직은 연기를 인공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검은 가루라는 ‘새로운 통화’를 유통해 엘리트 마법사와의 간극을 줄이려 한다. 인간 소년 ‘아이’는 마법의 근원인 마법사의 뇌에 있는 악마 형태의 종양을 자신의 뇌에 심는 전대미문의 수술을 강행해 마법사로의 ‘승급’을 꾀한다. 카이만의 또 다른 인격이었던 카이가 다시금 마법사 이상의 무언가로 변신을 꾀하며 신적 존재인 악마들조차 술렁이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흉포하고도 흥겨운 장막 안에 세워진 <도로헤도로>의 기둥은 실은 늘 계급혁명으로 합일되고 있는 것이다. 폭력의 세계와 일상을 수시로 오가는 <도로헤도로>의 이야기는 카이만이 자신의 정체를 찾아가고, 니카이도가 자신의 마법 능력을 찾고, 리스가 자신을 죽인 자를 찾는 개개인의 미스터리극이다. 동시에 소수의 엘리트 마법사가 부와 권력을 독점한 수직구조 사회에 반발하는 혁명과 전복의 드라마다. ‘진흙구정물’이란 뜻의 제목은 처음에는 단순히 ‘혼돈’을 의미하는 것처럼 비치지만(단행본 말미에는 늘 “그리고 제○권에서 알게 될 것. 그것은… 혼돈 속에. 그것이… 도로헤도로!”라는 문구가 자리한다), 카이만이 본래의 목적을 향해가는 동안 그것은 혼돈 이상의, 모든 것이 한데 뒤섞인 ‘신세계’로 점차 발을 넓힌다.

 

 

인체가 마구 잘려나가고 내장이 배 밖으로 늘어지는 격렬한 폭력 묘사에 개그를 뒤섞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끼어 넣는 방식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무한정 맴도는 기묘함을 자아낸다. 이는 섬세한 배경, 탁월한 인체 묘사로 연신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하야시다 큐의 독특한 화풍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된다. 갖가지 이형의 상식과 도구를 연필 스케치까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칠고도 세밀한 작화로 이식해낸 <도로헤도로>는 죽음조차 우습게 치장하는 이세계를 훌륭하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그려내고 있다. 잔인무도한 폭력과 황당한 개그를 병치시키는 ‘작은 블랙 코미디’에서 시작해 계급사회를 은유하고 전복하려는 ‘큰 블랙 코미디’로 나아가는 기나긴 여정. <도로헤도로>는 가히 블랙 판타지의 정수요, 수작 중의 수작이다.

 

 

필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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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준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과 졸업. 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줄곧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며 먹고 살았다. 『위대한 망가』를 썼고, 『매거진 컬처』『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을 번역했고, 『좀비사전』『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다. 현재는 프리랜스 라이터 겸 프리랜스 편집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출처 : 에이코믹스 주소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1107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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